영동 북부 유일 분만산부인과인데 응급출산 엄두 못 내는 실정
강정호 강원도의원 "정책 실패…정부·지자체가 구조적 대수술 나서야"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영동 북부 공공분만 체계의 핵심 의료기관인 속초의료원 산부인과가 심각한 전문의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강정호 강원특별자치도의회의원(국민의힘·속초1)에 따르면 2020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속초시, 고성군, 양양군, 인제군 4개 시군의 출생아 수는 총 4천113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속초의료원 산부인과의 분만 건수는 224건(5.4%)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7건은 4개 시군 외 지역 산모의 출산이었다.
4개 시군 이외 지역 산모의 분만 건수인 7건을 제외하면 분만율이 5.27%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 의원은 "지역 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속초의료원 산부인과는 단순한 진료과가 아니라 지역의 출산 안전망이자 필수 공공의료의 최후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나 산부인과와 공공산후조리원까지 함께 운영하는 공공출산 인프라의 실적이라고 보기에는 수치가 너무나도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현재 운영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못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의 혈세를 투입해 어렵게 공공분만 체계를 마련했는데도 실제 이용률이 이 정도에 머문다면 이는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역 산모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정상적인 진료체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의 부족 실태를 꼽았다.
산부인과와 마취통증의학과는 분만실 운영의 핵심 축으로, 두 진료과 모두 최소 2명 이상의 전문의가 있어야 교대와 당직, 응급수술, 야간·휴일 진료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속초의료원은 2022년 5월 이후 두 과의 전문의가 각 1명뿐이다. 사실상 24시간 분만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속초의료원이 전문의 충원을 위해 2022년 5월부터 19차례 채용 공고를 냈으나 인력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급난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더해 신생아실과 필수 협진 인력까지 충분하지 않아 고위험 산모가 내원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과 안전한 분만을 수행하는 데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그 결과 산모들은 안정적인 의료기관을 찾아 외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 속초의료원의 분만 실적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강 의원은 산부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각각 2인 이상으로 복원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단순한 공개채용 공고를 반복할 게 아니라 정부와 도 차원의 별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필수 의료 전문의에 대한 특별수당과 장기근속 인센티브 대폭 강화 ▲ 강원도와 4개 시군이 공동으로 인건비를 분담하는 광역형 지원 모델 도입 ▲ 주거·교육·정착 지원 패키지 마련 ▲ 도내 상급병원 및 권역 의료기관과의 순환파견·겸직 협력체계 제도화 ▲ 공공 임상 교수제, 지역 필수의사제 등 국가 단위 인력정책과의 연계 추진 ▲ 분만 취약지 가산지원과 공공정책 수가 확대 ▲ 산부인과·마취과 전문의 채용을 위한 특별채용 트랙과 전국 단위 헤드헌팅 방식 검토 ▲ 야간·주말 응급분만 대응체계 우선 복원을 위한 단계적 정상화 로드맵 마련 등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2022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산부인과와 마취과 전문의 부족으로 사태가 장기화했다는 것은 단순한 인사 문제나 일시적 공백이 아니라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5.4%라는 초라한 분만 실적은 영동 북부 공공의료의 민낯이자 지금 당장 구조적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강원도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전문의 확보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원과 제도개선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2020년 10월 문을 연 속초의료원 산부인과는 속초시, 고성군, 양양군, 인제군 등 4개 시군이 운영비를 부담하고 해당 지역 산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영동 북부권 공공분만 인프라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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