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성폭력 의혹을 제보한 뒤 부당전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 지혜복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옥상 고공농성에 돌입했으나 경찰에 연행됐다. 지 씨 복직 투쟁과 관련한 세 번째 연행 사태다. 연대 시민들은 "민주진보교육감을 자처한 정근식 서울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에 민주도 진보도 없다"고 비판하며 사과와 지 씨 복직 조치를 서울시교육청에 촉구했다.
'A학교 성폭력 사안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철회 공동대책위원회' 측에 따르면, 지 씨는 15일 오전 4시쯤 서울 용산 서울시교육청 6층 옥상에 올랐다.
입장문에서 지 씨는 "애끊는 심정으로 고공농성을 시작한다"며 "정 교육감은 부당해임을 직권으로 철회하지 않아 (나는) 수개월 전 이미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고도 계속 거리를 떠돌아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부당해임 철회하시라. 부당해임이 철회돼 제가 A학교로 복귀한다는 것은, 지극히 보편타당한 우리의 8가지 요구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의미가 돼야 한다"며 "정 교육감과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진정한 사과와 함께 8대 요구안을 제대로 실현하시라"고 촉구했다.
8대 요구안 중 지 씨 사건과 관련한 것은 △복직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와 지 씨에 대한 사과 및 회복지원, 지 씨와 연대자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 중단 △해임 취소 및 복직 확약 △지 씨 복직 뒤 심신회복 위한 유급휴가 보장 △지 씨 공익제보자 지위 부정 관련자 징계 혹은 인사조치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과 양육자가 원하는 방식의 교육감 사과 등이다.
구조적 대책과 관련해서는 △A학교 성폭력 피해학생 회복지원 및 서울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 학내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개선, 포괄적 성교육 도입 △공익신고자 보호절차 강화방안 마련 △전보원칙 개선 등이 담겼다.
지 씨는 "고공에 오르며 처음 왜 투쟁을 시작했는지를 되새긴다. 수없이 많은 A학교의 성폭력 사안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포괄적 성평등 교육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한다"며 "투쟁을 통해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놓을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것도 해결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자가 다시 서울시교육감이 되겠다며 선거에 출마했다"며 "정 교육감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후보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공농성 직후 투입된 경찰에 의해 지 씨는 연행됐다. 농성 해산을 막으려던 연대자 11명도 함께였다. 그 중에는 세종호텔에서 해고된 뒤 호텔 앞 도로구조물에서 336일 간 고공농성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도 있었다.
지 씨가 복직 투쟁을 시작한 뒤 세 번째 연행 사태였다. 지난해 2월 28일 당시 서울 종로에 있던 서울시교육청 구청사 안팎에서 지 씨 해임 취소를 촉구하던 23명이 연행됐다. 지난 3일에도 서울시교육청 앞에 농성천막을 치려는 과정에서 3명이 연행됐다.
A학교 성폭력 사안 공대위는 즉각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2월 연행됐던 23명 중 한 명인 송예은 씨는 "서울시교육청은 자칭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이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민주도 진보도 없다"며 "포괄적 성교육", "부당해임 철회" 등 "지 선생님과 연대자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연행이란 이 기가 막힌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지 선생님과 연행자들이 나올 때까지 여기를 지키겠다. 교육감이 제대로 사과하는 날까지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서울시교육청은 집단연행, 폭력연행 즉각 사과하라", "서울시교육청은 지혜복 교사 해임을 즉각 철회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앞서 지 교사는 2023년 A 학교에서 상담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학내 성폭력 및 2차 가해 문제를 인지하고 공론화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지 교사는 A 학교로부터 전보 처분을 받았으나 '학교를 떠나면 성폭력 사안이 제대로 해결될 수 없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전보 처분은 부당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이후 해임됐다.
지난 1월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지 교사가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보무효확인 소송에서 지 교사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전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당 전보가 원인이 된 지 교사 해임과 관련해서는 현재 별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정 교육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A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학생과 양육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복직과 관련해서는 "이미 이뤄진 징계 처분을 기관장이 직권으로 취소하는 데에는 법률적 제약이 있으며, 소송 결과를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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