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따스하게 불어오는 4월, 전남 화순의 수만 리 들국화 마을이 연분홍빛 설렘으로 가득하다. 무등산 국립공원의 남동쪽 기슭, 해발 450m 고지에 자리 잡은 이 평화로운 산촌은 드넓은 초지와 맑은 공기가 어우러진 휴식처다. 예로부터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이름 붙여진 '수만리(水滿里)'는 이제 이국적인 풍광을 찾아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는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분홍빛 꽃물결 차오르는 철쭉 군락지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곳은 철쭉이 빽빽하게 들어선 생태공원이다. 4월 중순을 지나며 공원 전체가 거대한 꽃밭으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쳤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발치마다 피어난 분홍빛 철쭉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을 주민들이 산비탈을 일궈 정성껏 가꾼 이 꽃길은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산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수수한 멋이 돋보인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봄볕이 꽃잎마다 머무는 광경을 보게 된다. 특히 안양산과 만연산이 포근하게 감싸안은 마을의 지형 덕분에 바람마저 순하게 머물다가는 느낌을 준다.
무장애 데크로 즐기는 소나무 숲의 숨결
생태공원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산림 복지를 위해 조성된 '만연산 치유의 숲'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오감 연결길'이다. 3.1km 구간 전체에 나무판자를 연결한 평평한 길이 깔려 있어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걸음이 서툰 어린아이들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4월의 따스한 햇볕 아래 갓 돋아난 잎사귀 향기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길 중간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면, 도심의 소음 대신 산새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채운다. 거창한 준비물 없이도 누구나 자연과 하나 되어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굽이치는 능선 따라 즐기는 이국적인 드라이브
화순읍에서 수만 리를 거쳐 이서면으로 향하는 8km 구간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S자로 굽이치며 높낮이를 달리하는 도로 양옆으로는 주민들이 마음 담아 가꾼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안양산 목장의 넓은 초원과 그 위를 한가롭게 노니는 양 떼의 모습은 마치 유럽의 산맥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과거 남부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옛길의 흔적 위에 입혀진 이 풍경은 이곳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전경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부드러운 초지가 교차하는 광경은 지루할 틈 없는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정갈한 사찰 만연사와 마을의 넉넉한 인심
마을 인근 만연사는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사찰이다. 4월에는 대웅전 앞 배롱나무에 갓 돋아난 연두색 잎과 붉은 연등이 선명하게 대비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 곳곳을 밝히는 연등은 봄밤의 정취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크고 화려한 사찰은 아니지만, 정돈된 마당과 고즈넉한 건축물이 주는 편안함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찰 구경을 마쳤다면 마을에서 직접 채취한 약초를 넣은 흑염소 요리로 기운을 보강해 보는 것도 좋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옛 방식 그대로 재배한 약초 비누 만들기나 한방 두부 체험 같은 활동도 마련되어 있다. 바쁜 도심의 시간을 잠시 잊고 시골 마을의 넉넉한 정을 누리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자연이 주는 선물과 주민들의 노력이 맞닿아 있는 이곳은 4월의 봄을 가장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화순 수만 리 들국화 마을 방문 정보
※ 이용 및 체험 안내
주요 체험: 약초 비누 만들기, 한방 두부 체험, 농산물 수확 활동 등 (사전 예약 권장)
주변 볼거리: 만연산 생태공원, 오감 연결길(무장애 탐방로), 무등산 양 떼 목장
숙박 정보: 황토의 기운을 담은 마을 숙박 시설 운영
※ 찾아가는 길
자차 이용: 내비게이션 '만연사' 혹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진각로 367' 검색 (화순군청 기준 약 10분 소요)
대중교통: 광주나 화순읍에서 버스 승차 후 수만 리 정류장 하차, 도보로 약 15~20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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