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및 틱톡 퇴출·공급망 탈중국화 주도…대만 지지·中 인권 비판
대통령과 직접 소통 가능한 신주류 핵심…트럼프 "공산 탈출한 애국자" 칭송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한 대사로 지명된 한국계 미셸 박 스틸(박은주)은 공화당 신주류의 주요 인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자주 내비쳤을 만큼 신뢰가 두텁다. 스틸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권 입문 시절부터 여러 차례 직접 만나는 등 오랫동안 교류해온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한미 동맹에 '강력한 목소리'가 될 거라며 힘을 실어놨다. 재작년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곤 스틸을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아메리카 퍼스트' 애국자"로 묘사하며 전폭 지지를 선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려 1년 3개월가량 비워둔 동맹국 대사 자리에 전문 외교관 대신 충성파 측근 정치인을 발탁했다는 건 한미 관계는 물론 중국 문제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세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무역 관세, 방위비 분담, 대중국 경제 봉쇄 등 민감한 현안에서 백악관의 의중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스틸 지명자만 여권 실세가 아니다. 그의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을 지낸 거물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프로젝트에 관여했을 만큼 부인보다 더 영향력이 큰 여권 핵심 인사다.
무엇보다 스틸 지명자가 이미 연방 하원의원 재임 전부터 당내에서 강경 반중 인사로 손꼽혔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서 자신처럼 스틸이 반중·반공 성향이 선명하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중국 고립을 위한 세계 전략, 한반도에서의 중국 영향력 축소, 한미일 공조 강화에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스틸은 의정 활동 기간 입법과 상임위 및 특위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중국공산당(CCP)을 견제하는 데 진력했다. 우선 중국의 체제 선전 및 스파이 기구로 세계 각국에서 의심받는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데 앞장섰고, 중국 소셜미디어인 틱톡 사용 금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며 틱톡 금지 입법을 추진했다.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창립 회원으로 중국의 경제 침탈, 인권 유린 등을 제재하는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CCP 관련자의 미국 전략 요충지 인근 농지 매입을 차단하는 법안 통과에 기여했고, 의약품, 반도체 등 핵심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을 장려했다.
스틸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 탄압 및 군사 위협을 위시한 동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도 앞으로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주도했고, 중국 내 소수민족 탄압을 '제노사이드(인종 말살)'로 규정했다. 대만을 민주주의 파트너로 지지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맞서 미국이 군사·외교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를 비판하며 홍콩의 자치권 보장과 민주화를 촉구하는 활동도 이어왔다.
이번 주한 미국대사 인선이 베네수엘라, 이란, 쿠바 등 '친중 반미 블록'을 정리하고 새 글로벌 질서를 구축 중인 과정에서 단행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스틸은 하원에서 중국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나라들에 대한 견제와 차단을 주장해온 인사다. 특히 그는 '공급망 탈중국화'를 강력히 주장한 인사로, 동맹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 : 안보 지원은 미국에서 받고 경제 공조는 중국과 한다) 기조를 불용한다는 미국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스틸 지명자의 가족사가 '사회주의로부터 탈출'로 요약되고 그의 정체성이 '반공'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의 선친은 중국 공산화 과정에서 북한 평안도로 이주해왔으나 북한마저 공산화되자 6·25 전쟁 발발 이전에 월남한 실향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묘사할 때 "공산주의로부터 탈출"이란 말을 자주 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스틸 역시 자신의 반공 신념이 개인사에서 연유했음을 자주 거론하는 만큼 앞으로도 강경한 소신을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반중 매파 인사이자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정치인, 그리고 우리 동포이면서 최초의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이자 최초 한국계 여성 주한 미국대사라는 새 기록도 쓴 스틸의 행보는 앞으로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가 국무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실세라는 점에서 '국무부 패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도 관료주의를 싫어하고 직통 라인을 통한 '신속 거래'(fast deal)를 선호한다. 따라서 스틸 지명자가 부임한다면 국무부의 전통적 기조 대신 '트럼프 대리인'으로서 직선적 외교를 펼칠 확률이 커 보인다. 최근 들어 더욱 미국과 직거래를 갈망하는 북한과 관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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