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삼성전자 불패'의 공식이 깨졌다. 1999년 이후 26년 동안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왕좌를 SK하이닉스에 내준 것. 매출 규모는 삼성이 여전히 압도했지만, 정작 실속은 하이닉스가 챙기는 '질적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 "매출은 3분의 1, 이익은 1.7배"… 효율성으로 압도한 하이닉스
15일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44조 74억원)과 당기순이익(42조 6888억원) 모두에서 국내 상장사 1위에 올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양사의 수익성 격차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매출은 SK하이닉스보다 2.7배나 컸다. 하지만 성적표를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매출 덩치가 훨씬 작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1.7배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남긴 것이다.
이는 '영업이익률'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SK하이닉스는 50.7%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100원어치를 팔아 50원 이상을 남겼다. 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9.9%에 그쳤다. 반도체 초격차를 강조해온 삼성으로선 뼈아픈 수치다.
▲ 27년 만의 순익 왕좌 교체… 삼성 '자존심'에 상처
재계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당기순이익의 역전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6년 동안 별도 기준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켜온 '한국 경제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SK하이닉스가 4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사이 삼성전자는 33조원대에 머물며 27년 만에 1위 타이틀을 반납하게 됐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에서도 SK하이닉스(47조 2063억원)가 삼성전자(43조 6010억원)를 근소하게 앞서며, 명실상부한 '수익성 1위 기업'의 지위가 바뀌었음을 선포했다.
이 같은 대역전극의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선제적 투자를 통해 AI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전략이 삼성의 추격을 따돌린 셈이다.
▲ '반도체 쏠림' 속 깊어지는 삼성의 고민
전문가들은 올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전체 1000대 상장사 이익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반도체 착시'가 심화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두 기업 간의 자존심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는 SK하이닉스가 매출 규모의 한계를 넘어서는 압도적 내실을 보여준 한 해였다"며 "삼성전자가 27년 만에 뺏긴 순익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올해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낼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도전자에서 챔피언으로 올라선 SK하이닉스와 수성(守城)에 실패한 삼성전자. 2026년 올해, 200조 원대 영업이익 시대를 눈앞에 둔 두 반도체 거인의 '왕좌의 게임'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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