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싸진다고 좋아했더니…필수약 공급이 끊겼다[안치영의 메디컬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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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싸진다고 좋아했더니…필수약 공급이 끊겼다[안치영의 메디컬와치]

이데일리 2026-04-15 05:46: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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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최근 약가 인하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의약품 공급망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사용하는 필수 약물부터 일상 진료에 쓰이는 기본 의약품까지 생산 중단 사례가 이어지면서 단순히 국가필수의약품(이하 필수의약품)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 성분 의약품과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의 공급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국제전자센터에서 진행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건정심에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됐다.(사진=보건복지부)


두 약물은 다양한 진료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에토미데이트는 혈압 저하 위험이 낮아 중증 환자의 기도삽관 시 사용하며 로라제팜은 뇌전증중첩증 치료와 자살 고위험 환자의 급성 불안 조절에 활용한다.

두 약물은은 최근 공급 중단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는 2025년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취급·유통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일부 품목은 국내 공급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는 생산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제약사는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보고했다.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6월께 국내 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특히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는 정부가 필수의약품 공급 유지를 위해 관리하는 ‘퇴장방지의약품’이지만 생산 중단을 결정됐다. 정부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제도를 운영하면서 제조 원가 보전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약품 모두 강화된 무균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기준과 낮은 약가 구조가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생산설비 투자 및 유지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약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산을 지속할 유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토미데이트와 로라제팜 주사제뿐만이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 중단된 필수의약품은 50건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2020년 21건이었던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보고는 6년새 2배 넘게 증가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이 같은 공급 불안은 필수의약품이나 응급약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항생제 안연고인 오플록사신 성분 의약품 역시 생산 중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삼일제약이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한림제약도 수익성 문제를 이유로 생산 중단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플록사신 안연고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일제약과 한림제약뿐이다.

오플록사신 안연고는 다래끼(맥립종), 안검염 등 외래에서 흔히 접하는 안과 질환 치료에 널리 쓰이는 기본 의약품이다. 그러나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약가 보전이나 정책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비교적 가벼운 질환 치료에서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현장에서는 수익성 확보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약가 인하는 제약사 운영 안정성을 떨어트린다.

이번 사태는 기존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는 공급 불안 의약품에 대해 필수의약품 지정 확대나 약가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로라제팜 성분처럼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한 경우에도 생산 중단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특정 의약품의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여부가 아니라 전반적인 약가 구조와 생산 유인 부족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오래된 필수의약품일수록 오히려 생산을 기피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약가 조정이나 지정 확대를 넘어선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 상승을 반영한 합리적인 약가 체계 마련은 물론, 강화된 GMP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설비 투자와 품질 관리에 대한 보상,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제약사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이미 사용되고 있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생산을 유지하는 것도 정책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며 “제조 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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