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내일 저녁 가족식사 준비해줘.”
이 한 문장으로 장보기부터 결제, 배송까지 끝나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하며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과정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대화형 소비’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닙니다. 검색과 비교를 전제로 한 기존 쇼핑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질문만 던지고 선택과 실행은 점점 인공지능(AI)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계 전반에 큰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함이 커진 대신 능동적 선택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유통 강자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같은 AI,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
흥미로운 점은 기업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챗GPT 안에 ‘아모레몰’을 연동하며 외부 AI 플랫폼에 올라탔습니다.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접점을 넓히는 전략입니다. 추천 중심 구조로 선택의 출발점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사 플랫폼 안에 AI를 도입했습니다. ‘하비(HAVI)’를 통해 검색과 비교 과정을 간소화하고 설치·사후서비스(AS) 데이터까지 반영해 보다 정교한 추천을 제공합니다. 여전히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그 과정은 크게 압축됩니다.
반면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그룹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는 차세대 AI 커머스는 단순 추천을 넘어 모든 상품에 대해 검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쇼핑 전 과정을 아우르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최근 OpenAI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역할은 점점 ‘결정’이 아니라 ‘요청’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세 기업은 서로 다른 길을 택했지만 도달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편해진 만큼 ‘고르지 않는 소비자’
이 변화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쇼핑에서 가장 중요했던 선택의 과정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추천을 통해 탐색 범위를 줄이고 롯데하이마트는 비교 과정을 간소화합니다. 신세계그룹은 선택 자체를 AI에 맡기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조건을 말하면 AI가 상품을 고르고 결제까지 수행한다는 점에서 AI 에이전트 커머스의 핵심은 ‘대신 선택’입니다.
결국 흐름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비교는 줄어들고 선택은 단순해지며 선택 자체는 대체됩니다. 편리함은 커지지만 그만큼 소비자가 개입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기존에는 여러 상품을 직접 비교하며 가격과 품질을 따졌지만 이제는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됩니다. 편리함이 커진 만큼 능동적 선택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왜 이 상품"···알고리즘 블랙박스 논란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이 상품이 선택됐는가라는 점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대부분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과 품질,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지만 그 기준을 소비자가 명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AI가 장바구니 구성과 결제까지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선택 기준이 알고리즘에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소비는 비교를 통한 판단에서 제안을 통한 수용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나 상품이 우선 노출될 경우 그것이 가격이나 품질 때문인지 제휴나 광고 영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른바 알고리즘 블랙박스 논란입니다. 플랫폼의 개입 여지가 커질수록 공정성 논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쿠팡 흔들리지만···더 큰 문제는 플랫폼 종속
이 변화는 유통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와 쿠팡 등 기존 강자들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검색과 비교 중심의 기존 쇼핑 구조가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시작해 다양한 쇼핑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출발점 자체가 AI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의 경쟁력 역시 선택의 편의성에 기반해 있었지만 선택 자체가 AI로 대체될 경우 의미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쇼핑의 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도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는 플랫폼 종속이 꼽힙니다. 소비자가 특정 AI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면 유통 주도권이 해당 플랫폼으로 집중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AI 기업이 쇼핑의 출발점을 장악할 경우 국내 유통 생태계 전반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유통 혁신인가, 선택권 축소인가
AI 기반 커머스는 분명 효율적입니다. 탐색 시간은 줄어들고 선택의 피로도도 낮아집니다. 다만 그 이면에서 소비 방식은 조용히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빠르게 구매하지만 그만큼 덜 비교하고 덜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또한 AI가 상품 선택을 대신하는 구조에서는 가격 경쟁보다 노출 경쟁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 더 저렴하거나 품질이 좋아도 AI 추천에서 제외되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최적의 상품이 아니라 AI가 선택한 상품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편리함은 선택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다만 이번 변화는 그 범위를 넘어섭니다. 선택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 자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커머스는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과 시장 경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큽니다.
이제 질문은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쉽게 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선택의 일부를 이미 넘겨주고 있는 것일까.
☞ 대화형 소비 = 검색어를 입력하고 상품을 비교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연어 대화를 통해 소비 의도를 전달하면 인공지능이 탐색·선택·실행까지 이어주는 소비 구조다. 소비자는 조건과 맥락만 제시하고, 상품 탐색·비교·추천·결제·배송은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검색’이 아니라 ‘의도 해석’이다. AI는 가격·품질뿐 아니라 사용자의 과거 구매 이력, 상황 맥락, 선호 패턴을 결합해 선택지를 축소하거나 단일안으로 수렴시킨다. 기존처럼 여러 후보를 나열하는 방식과는 다른 최종 결과를 제안하는 구조다. 결과 소비 과정은 ‘비교→판단→선택’에서 ‘요청→제안→수용’으로 재편된다.
☞알고리즘 블랙박스=인공지능이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결과를 내렸는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추천·판단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는 왜 특정 상품이 선택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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