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헝가리 정권교체,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16년만에 퇴장…체면구긴 트럼프, EU는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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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헝가리 정권교체,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16년만에 퇴장…체면구긴 트럼프, EU는 '반색'

폴리뉴스 2026-04-14 18:18:23 신고

총선 승리 축하하는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 [사진=AFP=연합뉴스]
총선 승리 축하하는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큰 격차로 패배함에 따라 16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2010년 집권 이후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며 反EU 행보를 보여 온 오르반 총리가 물러 남에 따라 국제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오르반 총리를 적극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게 됐으며, 오르반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내 교두보를 잃게 됐다.

반면 유럽연합과 유럽 내 주요 국가들은 이번 헝가리 총선으로 "유럽의 가치가 승리했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야당 티서, 199석 중 138석 차지하며 압승…시민들 '헝가리의 봄' 환호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16년 만에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16년 만에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 티서가 전체 199석 중 13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피데스는 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16년간 이어진 오르반 정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정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밤새워 승리를 자축하는 노래를 불렀다. 16년만에 찾은 '헝가리의 봄'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오르반 총리는 미국·러시아와 밀착하며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등 EU 정책에 어깃장을 놓아 왔다. 이에 이번 총선은 미국·러시아와 EU 간 대리전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 외무장관이 러시아와 EU 회의 내용을 논의하는 녹취록이 공개된데 이어 오르반 총리가 작년 10월 17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헝가리 그림책에 쥐가 사자를 도와주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돕겠다"고 말했다는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며 민심이 돌아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지지하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헝가리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꺾은 野 티서당 대표 머저르, 친EU 복귀·대대적 변혁예고

머저르 "트럼프·푸틴에 전화 안할 것..좋은관계, 실용관계 필요"...'국익중심 실용외교 전략'

'유럽판 트럼프'로 불리는 16년 장기집권 오르반 정권을 총선에서 무너뜨린 야당 티서당 대표 페테르 머저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판 트럼프'로 불리는 16년 장기집권 오르반 정권을 총선에서 무너뜨린 야당 티서당 대표 페테르 머저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정권교체에 성공한 티서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는 선거 기간 유럽연합(EU)과 미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대대적인 정치변혁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압승을 거둔 만큼 헝가리의 외교 정책 노선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머저르 페테르 대표는 총선 승리 후 연설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오르반의 권위주의 시스템을 해체하고 헝가리를 유럽의 품으로 되돌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헝가리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강력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테르 머저르 티서당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머저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워싱턴은 헝가리 차기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전화하지 않겠다"면서도 "러시아와는 실용적인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저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전략'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우군' 오르반 패배에 체면 구긴 트럼프·밴스

美매체 "헝가리총선, 포스트 트럼프 구도 흔들것"

이번 오르반 총리의 총선 참패로 그를 지지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미 부통령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타국의 정치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공개 지지했지만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다섯차례나 말했다. 지난 7일에는 밴스 부통령이 헝가리를 직접 찾아 "선거를 앞둔 오르반 총리를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AP통신은 12일 "미국 반대편에 있는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치러진 선거였지만 오르반 총리의 패배는 미국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도 선거의 승자와 패자를 분류하면서 공개 지지가 허사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을 대표적 패배자로 꼽았다.

폴리티코는 13일 이번 결과가 "백악관에 좌절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동맹에게 굴욕"이라고 보도했다.

오르반의 패인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 미 주류 언론들은 "포퓰리즘의 막다른 골목"이자 "TV(선전)와 냉장고(현실)의 괴리" 탓이라고 진단했다.

CNN은 "포퓰리즘이 매일, 매주, 뉴스에서 승리하려면 지속적인 '적'이 공급돼야 한다"며 오르반이 "비정부기구(NGO), 자유주의 대학, 조지 소로스, 성소수자 운동, 유럽연합 등 많은 적을 찾아냈지만, 결국엔 '처치할 용'이 바닥났다"고 꼬집었다.

NYT는 오르반 체제의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정치는 늘 TV와 냉장고의 긴장을 포함한다'는 러시아 격언을 무시했다"며 "오르반은 모든 것을 TV에 걸었으며, 방대한 미디어 조직을 동원해 그의 반대자들을 비난"했지만, 경제적 실패가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퇴장에 EU '환영'…"역사적 순간" "유럽이 승리"

도널드 트럼프(좌) 미 대통령과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좌) 미 대통령과 '유럽판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오르반 총리의 퇴장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2일 소셜미디어에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 한 나라가 유럽으로의 길을 되찾았다.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샤를 미셸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헝가리의 정권 교체에 대해 EU와 헝가리 양측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자 헝가리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 EU 내부에서 변화를 일으켜 EU를 좀 더 통합적이고, 야심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의 헝가리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결과"고 평가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유럽의 민주주의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머저르 대표에게 "강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단결된 유럽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했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선거를 통해 헝가리 국민은 EU와 나토의 적극적인 일원이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오늘은 유럽이 승리했고, 유럽의 가치가 승리했다"고 말했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헝가리, 폴란드, 유럽이 다시 함께한다! 러시아인들은 집에 가라"고 적었다. 동시에 유럽에는 친화적이고, 러시아에는 비판적인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의 승리를 반겼다.

러, 오르반 실각에 "헝가리 새 정부와 관계 구축할 준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르반 총리가 실각하자 "새 정부와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13일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베스티 방송 인터뷰에서 머저르 대표가 꾸릴 새 헝가리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행보를 살펴보겠다"며 "우리는 어떤 나라와도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는 평등하고 상호 이익이 되며 이해관계의 균형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헝가리와 대화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좋은 관계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새 지도부의 전반적인 노선이 어떨지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 노선이 실용적일지, 정치화된 것일지 현재로서는 단정짓기 어렵다"며 "너무 앞서나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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