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긴장 국면서 '잘못된 신호' 우려…예턴 총리 "건설적 대화"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부부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백악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막시마 왕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의 영접을 받은 뒤 만찬장으로 이동해 예정보다 긴 90분 동안 회동했다고 네덜란드 NL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2월 취임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도 동석했다.
이번 방문은 작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의 극진한 환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답방이다.
오래전 잡힌 일정이지만 네덜란드에서는 하필 이런 민감한 시기에 국왕이 꼭 백악관을 찾아 하룻밤까지 묵어야 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NL타임스는 전했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대서양 양안의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서 왕실이 굳이 백악관을 찾아 1박을 하는 성의를 보이는 게 국제 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중동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유럽을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내고 나토 탈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사회당의 사라 도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적인 전쟁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나토 동맹국을 위협하고 한 문명(이란)을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서로 대화하는 건 필요하지만 왕실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백악관에서 하루 머물 정도로 성의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에 초청된 인사가 백악관에서 숙박까지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백악관에 초청된 인사들은 보통 백악관의 영빈관 격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체류한다.
헨리 본턴발 네덜란드 기독민주당 대표도 이미 잡힌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면서도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인 국제법 위반 요소를 생각하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턴 총리는 "이번 방문과 현 상황에 대해 네덜란드 국민이 느끼는 감정을 잘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자리를 피하면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에 대해서는 "서로를 설득하기에는 너무 짧았지만 상호 입장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면서 중동 전쟁, 우크라이나 상황, 나토 등 민감한 주제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이 지금까지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았다는 점에 재차 불만을 표출했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유럽에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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