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우리나라 미래 산업 분야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해외 매체에선 스웨덴을 '한국 최적의 파트너'로 지목한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스웨덴 기업들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협력 관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웨덴에 우리 기업들의 주요 사업 부문과 접점이 많은 기업이 다수 몰려 있는 만큼 향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도 반한 K-산업…6G·방산·북극항로 등 전방위 협력 기대감 솔솔
13일(현지시간) 미국 UPI 통신은 '스웨덴은 한국의 가장 가치 있는 유럽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양국의 국가적 협력 기대감을 집중 조명했다. 해당 기사 내용에 따르면 통신, AI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스웨덴은 한국의 미래 전략 사업과 궤를 같이하는 최적의 파트너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가 잘된 국가 중 하나로 ICT(정보통신기술) 섹터가 전체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인프라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스웨덴은 글로벌 통신 장비 기업인 에릭슨을 통해 오랫동안 유럽 모바일 통신 시장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에릭슨은 현재 전 세계 5G 통신량의 약 50%(중국 제외)를 처리하는 압도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또 2G부터 5G에 이르기까지 세대마다 표준 기술을 주도하며 수만 건의 특허까지 보유한 '통신 공룡 기업'이다. 최근에는 6G 기술 선점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AI가 통합된 '지능형 패브릭' 비전을 제시하며 AI 네이티브 6G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MWC 2026에선 퀄컴과 함께 개념 속에만 존재하던 6G를 실제 작동하는 기기와 장비 수준으로 구현해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스웨덴의 차세대 통신 기술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에릭슨과의 파트너십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삼성전자는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인도 통신사 '보다폰 아이디어'에 36억달러(한화 약 5조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23년에는 삼성전자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장에 에릭슨에서 영입한 헨리 얀손 상무를 임명하기도 했다. 당시 에릭슨 출신인 조미선 상무도 함께 영입해 유럽 영업과 신규 사업 발굴을 맡겼다. 지금도 두 사람은 삼성전자 네트워크 전략마케팅팀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도 지난 3월 에릭슨과 함께 차세대 통신 기술 혁신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5G 혁신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6G 연구와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업무협약식 당시 류탁기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담당은 "에릭슨과의 협력은 AI 기반 네트워크 진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자 6G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며 "6G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안보 지형의 변화도 양국 관계를 밀착시키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됐다. 오랜 기간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유지해왔던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 2024년 3월 나토(NATO)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나토 창설 멤버인 노르웨이, 덴마크를 포함해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3국'이 모두 같은 안보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더욱이 스웨덴은 러시아와 인접한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해 일찌감치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 무기 체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 그리펜(Gripen) 전투기, 고틀란드급 잠수함, 레오파드 개량형 전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방산 기술을 독자 개발한 상태다.
글로벌 방산업계에서는 북유럽 안보 지형이 나토를 중심으로 통합됨에 따라 'K-방산'이 스칸디나비아 대륙 전체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 기업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스웨덴의 글로벌 방산기업 사브(Saab)와 차세대 정밀타격 무기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은 사브가 보잉과 공동 개발한 '지상발사형 소구경 정밀폭탄(GLSDB)'을 한화의 다연장로켓(MLRS) '천무'에 설치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추진됐다.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천무는 기존 탄종에 GLSDB까지 더해져 타격 범위와 정밀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브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사브의 미카엘 요한슨 회장은 직접 한국을 찾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시찰하고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요한슨 회장은 현재 유럽 20여개국, 4000여 개 방산업체를 대표하는 유럽방위산업연맹(ASD)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개척 역시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사안으로 지목됐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후 변화로 인한 북극 해빙 가속화를 해상 물류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보고 북극항로 개척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해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방 항로 대비 운송 거리와 시간을 약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극항로 개척은 가혹한 기상 조건과 인프라 확충 등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물류비 절감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국내 물류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한 한국과 빙해 사업 노하우가 풍부한 스웨덴의 기술 결합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스웨덴의 쇄빙 기술 및 북부 물류 인프라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성과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결합할 경우 미래형 쇄빙선 및 해상 에너지 플랫폼 개발 등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한국이 유럽의 미래 물류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한국의 통신·방산 기술, 북극항로 개척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도 양국 협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한국-스웨덴 지속가능 파트너십 서밋'에 참석했다. 빅토리아 왕세녀는 현재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의 장녀로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당시 국내 정·재계에선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직접 모색하기 위해 왕세녀가 직접 움직였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또 스웨덴 왕실이 과거에 비해 실질적인 국정 권한은 축소됐으나 위상이나 상징성만큼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간 협력에 명분을 더해줄 만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원천 기술과 고도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기술 강국이고 한국은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현하고 제품화하는 제조 역량이 매우 뛰어는 국가다"며 "양국의 협력은 개별 기업의 이익 창출을 넘어 국가 산업의 상호 역량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웨덴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스웨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유럽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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