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무역협회의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산업 공급망 핵심 품목 영향 분석에 따르면, 중동 리스크 장기화 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해 산업 중간재 공급망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에너지(원유·LNG), 석유화학원료(나프타·LPG), 산업·첨단소재(헬륨·브롬), 금속(알루미늄), 화학·비료(암모니아) 등 주요 8대 품목에 대한 수급 현황 및 공급망 리스크 등에 대해 점검했다.
보고서는 “일부 품목은 ʻ생산 집중도가 높고 대체 어려움’으로 인한 구조적 리스크가 크다”며 “중동 리스크는 에너지 공급 차질을 넘어 ʻ공정 중단형 산업 리스크’로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원유는 우리나라가 국제에너지기구(IEA)기준 세계 6위 비축 국가임에도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 시 중장기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화학 원료 생산, 제조업 전반의 공정 안정성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LNG(액화천연가스) 역시 전체 수입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카타르 라스라판 공장의 이란 공격에 따른 가동 중단 및 불가항력 선언 등으로 인해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나프타 역시 절반 이상인 51.6%를 수입 상위 3개국(UAE·알제리·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원료(원유)와 함께 수입 차질이 동반 발생해 공급망 리스크가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PG(액화석유가스)의 경우 원유 생산 차질로 중동산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이 전망됐으나 프로판의 93.9%, 부탄의 71.9%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타 원자재 대비 물리적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냉각재로 활용되는 헬륨은 생산국이 극소수에 불과해 사태 장기화 시 수입처 다변화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헬륨의 경우 천연가스 처리 과정의 부산물로 추출되기에 LNG 생산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헬륨 공급 차질의 단기적 영향의 경우, 일부 기업이 헬륨 재사용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주로 장기계약 형태로 공급되고 있어 아직 글로벌 장기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카타르의 높은 비중이 리스크로 꼽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헬륨을 카타르에서 64.7%, 미국 28.6%, 러시아에서 5.3% 수입하고 있어 중동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브롬 또한 이스라엘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97.5%에 달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롬은 난연제, 의약품, 반도체 등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된다.
중간재인 브롬화수소는 일본에서 47.1%, 미국에서 23.5%를 수입하고 있어 다변화가 가능했으나 전쟁 장기화 시 원료에 해당하는 액화브롬의 수입 지연에 따른 중간재 수급 차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알루미늄은 중동이 원료(보크사이트)의 주 생산 지역은 아니나 높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정·제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중동산 알루미늄 조달 차질 발생 시, 글로벌 제조 원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보크사이트가 비중동 국가에서 생산되고 국내 재자원화율이 95%에 달해, 수급 단절보다는 제조 원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이될 것으로 전망됐다.
마지막으로 질소·비료·요소의 중간재로 사용되는 암모니아는, 국내 생산기업과 일부 비중동 수입선이 있어 즉시 공정 중단형보다는 수급 안정 관리가 더 중요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렇지만 주요 요소 수입대상국인 중국이 요소 수출을 쿼터제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하고, 암모니아 수입액 중 38.6%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고 있어 중동 리스크의 직접 영향도 상존했다.
이에 보고서는 공급망 리스크 대응을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비롯해 평시 선(先) 확보, 비상시 공급이 결합된 조달 체계 구축을 제언했다.
연구팀은 “일본은 전략적 완충 LNG제도를 통해 민간사업자가 평시에 전략 물량을 확보하고, 위기 시 국내 공급에 활용하는 구조를 운영한다”며 “우리 정부도 민간의 사전 물량 확보를 유도하고, 위기 시 국내 공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달 체계 구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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