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강원 강릉의 해안 절벽 위, 푸른 수평선과 거친 조각 작품이 경계 없이 뒤섞인 진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괘방산 능선과 등명해변 사이에 보석처럼 자리 잡은 이곳은 10만 8,900㎡(약 3만 3000평) 규모를 갖춘 복합 예술 공간 ‘하슬라아트월드’다.
그저 전시관을 넘어 지형의 굴곡을 그대로 살린 건축미 덕분에 일찍이 CNN이 '한국의 가볼 만한 곳'이자 최고의 촬영 지점으로 꼽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여 년 전 조각가 부부가 척박한 절벽 땅을 일궈낸 손길은 이제 누구나 머물며 숨 쉬는 예술의 터전이자,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산과 바다를 잇는 '대지 미술'의 정수
이곳은 지형을 깎아 건물을 세우는 대신, 자연이 가진 본래 생김새를 고스란히 살린 '대지 미술' 기법을 택했다. 대지 미술이란 건물 안을 벗어나 자연물이나 거친 야외 환경을 재료 삼아 작품을 빚어내는 활동을 뜻한다.
특히 도로 때문에 끊겼던 산과 바다의 시선을 하나로 묶고자 사찰의 입구인 일주문을 본떠 건물을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덕분에 방문객은 건물 사이 비어 있는 틈을 통해 푸른 바다와 초록빛 산줄기가 거침없이 이어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땅의 높낮이를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은 그 자체로 거대한 조각품이 되어 자연 속에 녹아들었다.
오감을 깨우는 실내 전시와 촬영 명소
실내 전시관인 솔거동과 아비지동에서는 회화부터 설치미술까지 3000점 넘는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만히 서서 감상만 하는 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직접 통로를 지나거나 장치를 움직여야 완성되는 체험형 작품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돌벽에 커다란 구멍을 낸 '동그라미 촬영 구역'은 수평선을 배경으로 액자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어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어지는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 박물관은 줄로 조종하는 인형 등 평소 보기 힘든 볼거리를 더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내와 실외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1만 개의 철골이 빚어낸 미로, '오션스퀘어'
건물 외부로 나오면 1만여 개의 은빛 철골로 이루어진 '오션스퀘어'가 눈앞에 나타난다. 800m 길이로 이어진 이 길은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이는 파이프 숲을 헤치고 나가는 듯한 기분을 준다. 촘촘한 철골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닷바람은 이곳이 실내인지 실외인지 헷갈리게 할 만큼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미로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바닥을 뚫고 솟아오른 소나무나 벽면 프레임 속에 담긴 바다를 마주하며 예술과 자연이 하나로 뭉치는 순간을 체험한다. 작가가 의도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일상의 잡념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숲길 따라 만나는 거대 조각과 순환의 가치
공원 꼭대기로 이어지는 조각공원은 본래 야생 동물이 다니던 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소나무 정원과 바다 정원, 하늘 전망대를 차례로 지나며 마주하는 거대한 해시계와 조각들은 멈추지 않는 자연의 시간을 나타낸다.
정동진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하늘 전망대에서는 해 질 녘 바다 위로 번지는 노을을 감상하기 좋다. 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분위기를 바꾸는 조각공원은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알맞은 장소다. 자연을 닮아가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내다 보면, 어느덧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얻게 된다.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방문 정보
※ 운영 시간: 매일 09:00 ~ 18:00 (연중무휴)
※ 입장료: 성인 1만 7000원, 청소년 1만 3000원, 어린이 1만 1000원
※ 주의 사항
- 야외 공원 특성상 오르막과 계단이 많아 유모차나 휠체어를 쓰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
- 반려견은 실내 전시관에 한해 안고 입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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