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지도부는 이번 방미가 친공화당 성향의 미국 비영리단체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중동발 리스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정부의 외교 실책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6·3 지방선거가 두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다 당내 공천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지도부가 일주일 가량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장동혁 "자유의 최전선 워싱턴으로"…방미기간 2박4일→5박7일 연장
장동혁 대표는 지난 11일 5박7일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어제,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번 6·3 지방선거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와 법치, 시장 질서까지 흔들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제가 처절한 마음으로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이 길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 답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미는 미 공화당 출신 인사들이 이끄는 비영리단체 국제공화연구소(IRI) 초청에 따른 것으로 장 대표는 IRI 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비롯해 한반도 현안 등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참배한 뒤 영 김,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과 면담한다.
15일에는 IRI에서 연설한 후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 마이크 켈리 공화당 하원의원 등을 만나고 백악관과 국무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방미에는 장 대표 특보단장인 김대식 의원, 국회 한미의원연맹 간사로 세계은행(WB) 등에서 근무한 조정훈 의원, 김민수 최고위원이 동행한다.
당초 장 대표는 14~16일 사흘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출국해 오는 17일 귀국하는 것으로 일정이 늘어났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장 대표가 조기 출국하게 됐다"며 "방미 일정이 공개되고 난 이후에 미국 각계에서 여러 면담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힘 지도부 "방미, 李-이스라엘 갈등 속 국익에 도움될 것"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장 대표의 방미가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당대표 특보단장을 맡은 김대식 의원은 출국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 26척의 배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방미단이 미국 의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6·3 지방선거가 지역 현안도 있지만 국가적인 문제도 많이 있다"며 "혈맹 관계가 변함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고 오는 것도 국민들을 위해, 한미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당 대표가 국제 무대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장겸 의원도 "지금 중동발 경제 위기, 한반도 정세 격변기이고 이재명 대통령의 가벼운 SNS가 외교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보수 정당의 야당 대표가 보수 정당이 집권한 미국에 가서 적절히 소통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이 대통령과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한국 국민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 대표 방미를 통해 그런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와 민생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도 "이번 방미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현안으로, 동네 이슈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선거가 아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거기 유권자 있나" 배현진 "끝까지 후보의 짐"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가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당대표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포기한 것인가, (하는) 이런 느낌을 리더가 주면 안 된다"며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재섭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비밀스럽게 가셔서 명분을 모르겠다. 선거를 두 달 코앞으로 앞둔 상황에서 공천도 마무리가 안 됐다"며 "장 대표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대여투쟁을 할 것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 속에서 굳이 지금 미국행을 했어야 되느냐라고 생각하면 글쎄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의 정책이나 방향성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국민께 가닿게 이야기한 바가 없다"며 "지금 미국으로 간다는 게 좀 찜찜하다"고 전했다.
배현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끝까지 후보의 짐으로 남고 싶은 건가"라며 "불러주는 곳 없다고 공천 올스톱시키고 미국 가는 당 대표"라고 날을 세웠다.
배 의원은 "미국을 이 시점에 왜 갔는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시도당 운영위가 의결해 올리는 공천안은 최고위가 신속 의결하도록 남은 최고위원들에게 위임을 했어야 도리"라면서 "17개 시도당 후보들의 공천 시계가 장 대표의 이유 모를 방미행에 일주일간 멈춰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청래는 전국을 휩쓸고 있던데 불러주는 곳 없다고 공천 올스톱시키고 미국가는 당 대표를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비판했다.
與 "유권자도 없는 미국으로 도망…해외토픽감"
여당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 취임한 이후 해외 출장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장동혁 대표가 부럽다"며 "선거 시기에 매우 일정이 촉박할텐데 미국까지 출장을 가시니 저로서는 너무 부럽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만) 무박 2일, 1박 2일 일정만 다니는데 어떻게 저렇게 신통한 능력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그런지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의 짐'이라고 얘기했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후보의 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미국에 가신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세계 평화와 인간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언행을 해주길 정중하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미국 방문에 나선 데 대해 "도망친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찾아가는 당 대표는 보았지만, 유권자도 없는 미국으로 도망치는 당대표는 처음 봤다"며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 후보들이 오지 말라는 당 대표이니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어 미국 영주권이라도 신청하려고 하냐"면서 "웃기는 당대표에 울 수도 없는 국민의힘 후보들"이라고 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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