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해외 증시에 투자해 온 이른바 ‘서학개미’가 오는 5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자금을 다시 국내로 유도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환율안정 3법’(조세특례제한법·농어촌특별세법 개정안 등)을 비롯해 법률공포안 31건, 대통령령안 12건, 일반안건 5건을 심의·의결했다.
환율안정 3법은 중동 정세 불안 등 국제 환경 변화로 고착된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패키지 세제 조치다. 핵심은 해외 증시에 투자된 개인 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면서, 동시에 개인의 달러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그 자금을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Return to Investment Account)를 통해 1년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공제해 주기로 했다. 구체적인 공제율과 적용 방식은 후속 시행령·고시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올해 중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신설된다. 해외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특례를 부여해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인이 달러를 직접 보유하기보다 파생상품을 통해 환위험을 관리하도록 유도해 외환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과세도 한시 완화된다. 현재 과세소득에서 제외되는 비율(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높여, 일정 기간 동안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부담을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에 쌓인 이익을 국내로 송환하는 ‘역외 유보금 리쇼어링’을 촉진하고, 외화 유입을 늘려 환율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석유화학제품 시장 안정과 관련한 대책도 함께 의결됐다. 정부는 석유화학제품 원료 등 핵심 품목에 대해 매점매석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석유화학제품 긴급 수급 조정 조치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는 공급망 불안과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가 물량을 쌓아두고 가격을 왜곡하는 행위를 막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긴급 수급 조정의 발동 요건과 대상 품목, 위반 시 제재 수위 등 세부 사항은 관련 고시를 통해 규정된다.
고유가에 따른 운송·물류 업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노선버스와 심야 화물차를 대상으로 한국도로공사 등이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통행료를 1개월간 한시 면제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을 완화해 요금 인상 압력을 줄이고, 물류비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서 뒤따른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청사 재배치 비용도 예비비로 충당된다. 정부는 국방부 영내외에 분산 배치돼 있는 국방부와 합참 청사를 재배치하기 위해 일반 예비비 205억8천만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청사 재배치는 지휘·통제 체계 효율화와 보안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로, 설계·이전·시설 보강 등에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헌법 개정안 발의·공고에 따라 국민투표 준비를 위한 재정 지원도 결정됐다. 정부는 개헌 국민투표 관리 준비를 위해 인건비와 운영비 등 195억7천만원을 목적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이 예산은 투표 인력 확보, 시스템 구축, 홍보 및 안내 등 국민투표 관리 전반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환율·물가·공급망·안보·헌정 일정 등 다양한 현안을 동시에 다루며, 고환율과 고유가, 정치 일정이 겹친 복합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세제·행정 조치를 일괄 정비했다는 평가다. 다만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가 실제로 어느 정도 자금 유입과 환율 안정 효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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