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꽃집에 들어와 꽃다발에 불을 붙이고 감상하는 남성. / 가게 CCTV 캡처·에펨코리아
충남 당진의 한 무인꽃집에서 새벽 시간대 방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영업 중인 매장 안으로 들어온 한 남성이 버젓이 꽃다발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보안카메라(CCTV)에 담기면서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업주가 공개한 안내문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오전 3시 27분~5시 30분 사이 2시간가량 벌어졌다.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CCTV 영상을 보면 검은색 외투를 입은 남성은 매장 한복판에 놓인 꽃다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태연하게 불을 붙였다. 불길이 꽃다발을 타고 올라가는 순간에도 남성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자리를 지켰다.
자칫 건물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범인은 마치 전시를 관람하듯 타오르는 불꽃을 응시하는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무인점포 내 상품 절도는 심심찮게 일어났지만, 방화는 극히 이례적이다. 해당 매장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운영 방식으로, 출입이 자유로운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를 전형적인 '심리적 방화'의 범주로 분석한다. 단순히 원한 관계에 의한 보복이나 금전적 이득을 노린 범죄와 달리,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정서적 고양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통제력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집을 범행 장소로 택해 불을 지르고 이를 2시간 가까이 지켜본 점은 평소 쌓인 사회적 불만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화범들은 대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 하거나, 불이 주는 파괴적 에너지를 통해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무인점포라는 '지켜보는 눈이 없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범죄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무대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대상에 대한 원한이 없는 무차별적 방화의 경우, 범행 자체가 주는 자극에 중독될 위험이 있어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현행법상 무인점포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소방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주 인력도 없다 보니 화재 대응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현주건조물방화죄를 범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만큼 중범죄로 다뤄진다.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인 점과 비교하면 그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방화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업주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와 현장 감식이 끝나는 대로 화재로 훼손된 상품 폐기와 청소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구 상황은 추후 공지를 통해 안내하겠다”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확보된 CCTV 영상과 주변 탐문을 토대로 용의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방화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단순 우발적 범행인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추가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인점포의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심야 시간대 관리 인력이 없는 구조적 특성상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무인 매장을 노린 절도나 기물 훼손, 무단 침입 등의 사건이 잇따르면서 점주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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