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한다. 생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려 다가올 배터리 수요 반등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AI를 바탕으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김동명 대표이사(CEO) 사장은 전날 CEO 메시지를 통해 2028년까지 AX를 통해 전사 생산성을 50%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 30여 년 가까이 축적된 업력과 노하우,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핵심 자산으로 꼽으며 “이 자산들이 AX와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경쟁의 판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묘사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막대한 정책 지원과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인해전술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AX도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필수 과제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 CATL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4조1000억원~4조8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1조2217억원을 투입했지만, 단순 규모 면에서는 CATL이 압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연구개발 비용 총합(3조607억원)도 CATL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단순한 생산 설비 확장이나 투자 규모 확대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은 투자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라며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식재산권이나 공정 효율화 등 제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이번 선언도 AX를 통해 본격적인 ‘효율 경쟁’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단순한 양적 경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승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AX를 통해 ‘핵심 자산 및 인재 중심’으로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제시한 ‘2030년까지 생산성 30% 개선’이라는 전사 목표치를 ‘2028년까지 생산성 50% 개선’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기회 선점을 위해 더 도전적인 목표를 빠르게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다가올 배터리 수요 반등기에 선제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AX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룹 전반의 AX를 가속하겠다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청사진에 발을 맞춘 행보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지난달 26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AI를 단순한 효율 개선의 도구가 아니라 사업 구조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규정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이끌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며 사장단에게 강력한 ‘AI 리더십’을 주문한 바 있다.
구 회장은 AI의 등장으로 판도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보로에 자리한 LG에너지솔루션의 시스템 통합 전문 자회사를 방문해 “배터리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통합 솔루션 역량을 높여 시장을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의 배터리 시장이 용량과 수명 등 하드웨어 성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 관리·전력 최적화 등 소프트웨어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설계부터 제조,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AX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성능 요건을 입력하면 최적 배터리 셀 설계안을 하루 만에 도출하는 ‘최적 셀 설계 AI 추천 모형을 개발·도입했고, 양극·전해질 개발 과정도 AI를 기반으로 최적의 구성과 소재 조합을 빠르게 도출하고 있다. 배터리의 적용 범위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IT기기·로보틱스·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만큼 개발 속도와 제품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생산 단계에서도 AI를 기반으로 공정 최적화와 품질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불량을 선별하는 ‘비전검사’의 품질을 AI로 높이고, 설비 이상 징후를 AI 분석으로 사전에 감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했다. 배터리 제조는 미세한 조건의 차이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AI 활용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분야로도 AI 적용을 확대했다.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객관적 지표로 평가하는 ‘B.once’, 전기차 사용자의 주행·충전 습관을 분석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최적화하는 ‘B-Lifecare’, 배터리 상태·안전성·수명을 정밀하게 진단·예측하는 ‘B.around’ 등 소프트웨어 전반에 AI·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AI 경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무기는 데이터와 지식재산권이다. 김제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30여 년간 R&D에 끊임없이 투자하며 양질의 데이터와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며 “가치 있는 데이터가 풍부한 만큼 AX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AX 체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전사적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매월 CEO가 직접 주재하는 ‘AI 거버넌스 위원회’를 운영해 AI 솔루션 도입과 보안·변화관리 이슈를 점검하고 있으며, 기업형 AI 플랫폼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사 차원의 AI 교육을 확대해 직원들의 적용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김 사장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계산기가 있어도 연산 원리를 이해해야 제대로 쓸 수 있듯, AI 역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할 줄 아는 숙련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며 “AX는 구성원을 덜 중요하게 만드는 변화가 아니라 비효율에서 벗어나 ‘진짜 업무’에 집중하게 만드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어 “시도하고, 피드백하고, 빠르게 보완하는 것이 AX를 추진하는 방식”이라며 “경쟁의 판을 바꾸고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경쟁력을 만드는 ‘이기는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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