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돌연 미국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장 대표는 주변 최고위원들에게마저 방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당내 외교통 의원들이 아닌 극우 성향의 김민수 최고위원을 대동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야당의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부럽다’며 조롱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장 대표의 미국 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언론에도 알리지 않아 장 대표측이 공개한 몇 장의 출국 사진만 돌아다니고 있다. 장 대표는 애초 14일로 잡혔던 일정을 사흘 앞당겨 출발했는데 이 점도 석연치 않다. 그는 페이스북에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고만 밝혀 방문 배경에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일부 미국 상·하 의원을 만나고 백악관을 찾아 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중요 인사들은 그쪽에서 비공개로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비공개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장겸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가벼운 SNS가 여러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보수정당이 집권하는 미국에 가서 적절히 소통하는 게 국익에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방미 일정의 비밀 성격을 두고 정치적 외교 행보를 넘어선 이념, 종교 네트워크 접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 대표가 그간 미국 내 보수 기독교 진영과 유사한 메시지를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이 이른바 ‘극우 기독교 정치 세력’과의 연계 행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특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장 대표가 과거 국내 극우 목회자 집회에 참석해 ‘종교 탄압’ 프레임과 계엄 옹호 발언을 반복해온 만큼 이번 방미 과정에서도 비공개 종교, 이념 네트워크를 통한 접촉이 이뤄지는지 여부는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야당 대표가 공식 외교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미국 극우 기독교 인사들이나 정치인들과의 비밀 교류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청와대 출신의 한 보수인사는 이에 대해 “공식 외교 라인이 아닌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미국 내 특정 보수 기독교 정치인들과의 접촉 여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장 대표가 그동안 민심을 외면하고 자신이 마치 고행의 길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것도 기독교적 신념과 종교 열정이 과잉돼서 빚어진 게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장동혁 대표의 이번 미국 방문을 두고 단순한 ‘외교 일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점증하고 있다. 장 대표는 그동안 보수 개신교 진영과 일정 부분 접점을 형성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부 강경 보수 집회와 메시지를 공유하며 이른바 ‘윤 어게인’ 흐름과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한편 장 대표의 방미 비판에 대한 당의 대응과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 대표 특보인 김대식 의원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말이 있다”며 “당은 당대표가 할 일이 있고, 원내대표가 할 일이 있고, 시도당위원장이 할 일 있고, 의원들이 할 일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재 스케줄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이 쏟아지자 그의 측근이 논어 구절을 언급하며 방문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야당 대표가 구체적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도망치듯 비밀리에 출국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일정도 취소하고 예정보다 빨리 떠난 것도 이상한 일이다”라며 “여론이 장 대표의 의문스러운 출국에 대해 부정적인데도 특보단장이 논어를 언급하며 ‘할 일 하고 있다’고 방미를 미화하는 건 정작 국민이 제기하는 의문과 불신에는 답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도덕적 상위에 올려놓는 오만한 태도”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당내의 외교통 의원들을 대동하지 않고 김민수 최고위원을 대동한 점도 의문스럽다. 김 최고위원은 평소 부정선거 의혹 제기나 윤어게인 등을 지지하는 듯한 언행으로 당내에서도 구설이 나오는 인물이다. 그런데 장 대표가 외교적 방문임에도 극우 성향의 김 최고위원을 콕 집어 데리고 간 것에 대해 “미국 내 극우성향 정치인들과의 교감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장 대표의 방미 목적이 과연 순수한 ‘외교 활동’인지 당내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다려 달라. 일정 소화 후 김 최고위원만이 대동한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은 향후 어떤 일정을 소화했고 그 성과가 무엇이든 이미 생채기가 나버렸다.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야당 대표가 그렇게 급하게 미국을 방문할 이유가 있느냐”는 단순한 질문에도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당대표의 무너진 리더십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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