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생각만 하면 맴돌고, 쓰면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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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더봄] 생각만 하면 맴돌고, 쓰면 전진한다

여성경제신문 2026-04-14 10:00:00 신고

당신의 머릿속에는 지금 무엇이 맴돌고 있는가? 

직장인이라면 속을 알 수 없는 상사의 피드백이나 지연되는 프로젝트가, 조직의 대표나 소상공인이라면 당장의 자금 흐름과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이 숨통을 조일 것이다. 부모라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방대한 입시 정보와 자녀의 불확실한 미래가 가장 큰 걱정거리일지 모른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쏟아지는 경제 위기설, 업계 동향, 타인의 성취를 보여주는 수많은 데이터는 우리의 불안에 끊임없이 먹이를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보 속에서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걱정은 생각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정보의 양과 복잡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정보 처리 역량을 상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걱정은 단순한 정서적 불편함을 넘어 인지 자원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는 만성적인 부하로 작용한다.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걱정은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의식의 표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주의를 요구하는 '인지적 개방 루프(Cognitive Open Loop)' 상태로 정의될 수 있다. 이 상태는 작업 기억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전전두엽의 실행 기능을 마비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신체 면역 체계의 약화로까지 이어진다.

데일 카네기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걱정이 생겼을 때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을 파악하라(Get the facts)'는 것이다. 그는 <자기관리론> 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감정이 아닌 사실을 수집하라."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맴도는 막연한 걱정거리를 적어 내려가며 객관적인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걱정의 무게는 확연히 달라진다. 모호함에 반응하여 경보를 울리던 감정의 뇌(편도체)가 진정되고, 이성을 관장하는 뇌(전전두엽)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국 발명가 찰스 캐터링은 'A problem well stated is a problem half solved(잘 서술된 문제는 이미 절반은 해결된 문제다)'라고 말했다.

'사실'을 구성하는 두 가지 차원

카네기가 말하는 '사실 파악'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사실이 가진 두 가지 차원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차원은 '외부의 객관적 정보'다. 인간의 뇌는 알지 못하는 것, 즉 '정보의 공백'을 가장 두려워한다. 불안에 빠진 뇌는 그 빈 공간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채워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연락을 받지 않을 때 '회의 중인가 보다'가 아니라 '계약이 엎어졌다'고 지레짐작하는 식이다. 

따라서 걱정에 휩싸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무엇을 확실히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감정의 개입을 배제하고, 냉철한 탐정처럼 정보의 공백을 채울 진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두 번째 차원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다. 밖이 아니라 안, 즉 '내면의 인지 상태'를 객관화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인지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작동이다. 

설령 내가 '고객이 계약을 거절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그렇게 믿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엄연한 현실이자 팩트다. 내 안의 두려움, 추측, 편견까지도 덮어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직시하는 것이다.

요컨대 진정한 사실 수집이란, 외부 세계의 객관적 데이터와 내면의 주관적 두려움 모두를 빠짐없이 파악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차원의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카네기 원칙의 핵심 실천 도구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바로 '쓰는 것'이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쓰는 순간, 뇌에서 일어나는 일

걱정은 대부분 언어화되지 않은 채 뇌 안에 머문다. 파편적인 이미지, 모호한 두려움, 논리적 연결이 없는 조각들이다. 인간의 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마주할 때 가장 큰 위협을 느끼며 불안을 증폭시킨다.

글로 쓰는 행위는 이 정체불명의 안개에 언어라는 뼈대를 부여하는 '외재화(Externalization)' 과정이다. UCLA의 매튜 리버먼(Matthew Lieberman) 교수의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복잡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과활성이 즉각적으로 가라앉았다. 조각난 생각들이 언어로 고정되는 순간 비로소 실체를 띠게 된다. 거대해 보였던 불안이 '인사 고과에 대한 우려'나 '특정 거래처와의 마찰'처럼 구체적인 사건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런데 쓰기에는 또 다른 결정적 효과가 있다. 걱정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도는 이유는 뇌가 그것을 '아직 끝나지 않은 일'로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이 1920년대에 발견한 현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카페 웨이터들이 아직 결제되지 않은 주문은 완벽히 기억하면서도 결제가 끝난 주문은 즉시 잊어버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를 입증했다. 인간의 뇌는 완수된 과제보다 미완성 과제를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하고 집착한다는 것이다.

결국 걱정이 반복되는 진짜 이유는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그것을 '아직 끝나지 않은 일(미완성 과제)'로 단단히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루프를 끊기 위해 반드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다. 프린스턴 대학의 마시캄포와 바우마이스터(2011)의 연구에 따르면 '언제·어디서·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적는 것만으로도 뇌는 과제가 해결된 것처럼 반응하며 불안에 묶어 두었던 인지 자원을 즉시 풀어준다.

이 두 효과는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다. 쓰는 순간 모호함이 걷히고, 맴돌던 루프가 끊기며, 막혀 있던 뇌가 비로소 실행 모드로 전환된다. 카네기가 "사실을 수집하라"고 강조한 진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쓸 것인가

쓰는 방식도 중요하다. 문제의 한가운데 빠진 '나'의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쓰면 감정만 증폭되고 생각이 헛돌 수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나는 왜 이 상황이 두려운가?" 대신 "SJ는 왜 이 상황을 걱정하고 있을까?"처럼 자신의 이름을 주어로 쓰는 것이다. 이 작은 언어적 전환만으로도 뇌는 이 상황을 타인의 과제처럼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자신의 문제에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타인의 문제에는 놀라울 만큼 합리적인 조언을 건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아무리 3인칭으로 써도 혼자 쓰는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걱정에 빠진 뇌는 자신의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지 못하는 맹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선이 필요하다. 

이때 생성형 AI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상대방 CFO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줘"라거나 "냉철한 멘토로서 이 상황의 리스크를 분석해 줘"라고 요청하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회피했던 사실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AI는 생각을 대신해 주는 기계가 아니라 시야를 넓히는 렌즈다. 다양한 관점을 수집한 뒤 최종 판단은 반드시 자신이 내려야 한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쓰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간다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Pennebaker) 교수는 수십 년에 걸쳐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의 효과를 연구해 왔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걱정에 대해 3~5일간 매일 15~20분씩 글을 쓰는 것만으로 면역 기능이 향상되고, 우울감이 감소하며, 업무 성취도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입증했다. 감정이 글이라는 논리적 구조를 입으면서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되찾는 것, 심리학이 '인지적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이라 부르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거창한 작업이 아니어도 된다. 완벽한 문장일 필요도 없다. 상사의 피드백이 두렵다면 '나는 지금 평가받는 것이 무섭다'고 적어라. 자금 흐름이 불안하다면 '내가 확실히 아는 숫자와 모르는 숫자'를 구분해서 써라. 자녀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인지, 추측인지'를 적어라. 

그 단순한 행위 자체가 막연한 공포를 구체적인 사실로 바꾸고, 고갈되었던 뇌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며, 마침내 행동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100년 전 카네기가 "사실을 파악하라"고 조언했을 때, 그가 제안한 첫 번째 실천 도구는 다름 아닌 펜이었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은 그 직관의 정확성을 하나하나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왜 아직 쓰지 않고 있는가?

자이가르닉 효과=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버리지 못하고 계속 떠올리게 되는 심리 현상이다.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유지하다가 일단 과제가 완료되면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지는 뇌의 특성을 보여준다.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

김승중 심리학 박사 / 리더십 코치

광운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GS건설 재무팀을 거쳐 데일카네기코리아에서 17년간 교육컨설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삼성, 현대, LG, SK 등 주요 대기업의 리더십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총괄했다. 국제 공인 마스터 트레이너로서 수백명의 강사를 양성한 전문가다. 현재는 리더십·코칭 전문 컨설팅 회사 TGW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임원과 핵심 리더들이 아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그 변화가 조직 전체로 확산하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인생의 내공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 <마음의 레버리지> 가 있으며, 월간마음건강 고정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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