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김 데뷔작…아시아 여성의 정체성 찾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이 기이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이민자 가정의 맏딸인 지원. 지원의 엄마는 저녁마다 밥상머리에서 바싹 구운 생선을 내놓으며 장난 삼아 딸들에게 말한다. "눈알 먹을 사람?"
딸들은 엄마의 이런 '장난 아닌 장난'을 질색하며 피한다.
하지만 아빠가 집을 나간 뒤 유독 풀이 죽은 엄마를 위로해줄 겸 지원은 용기를 내 비릿하고 물컹한 생선 눈알을 맛본다.
그날 밤, 지원은 눈알이 가득한 방에서 온갖 종류의 눈알을 씹어 먹는 꿈을 꾼다. 그 중엔 푸른색의 사람 눈도 있었다. 푸른 눈을 한입 베어 물자 피가 터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이런 꿈을 매일 꾸기 시작한다.
한편 엄마는 새로운 백인 남자 조지를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하지만 지원과 지현 자매가 만난 조지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만 가득한 속물일 뿐이다.
조지를 만난 지원은 엉뚱하게도 그의 푸른 눈에 꽂힌다. 매일 밤 꿈에서 보는 바로 그 푸른 눈. 그때부터 지원은 그의 눈을 도려내 맛보고 싶단 충동에 휩싸인다.
이 작품은 1993년생 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김의 데뷔작으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권위 있는 호러 문학상인 '브램 스토커상' 데뷔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화도 예정돼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잘 알려진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직접 연출을 맡기로 했다.
작가는 출판사 다산책방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어렸을 때 엄마`는 생선을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바삭하게 튀겨주시곤 했다"며 "그러고는 우리 남매들에게 눈알이 제일 맛있다고, 먹으면 행운이 온다고 신나게 말씀하시곤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2021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아시아 여성 여섯 명이 희생된 사건이었다. 팬데믹으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범인은 '섹스 중독자'라는 백인 남성으로, 그는 '유혹'을 없애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작가는 아시아 여성에게 씌워진 왜곡된 이미지와 맞서 싸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대중문화 속)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고 얌전하며 약한 존재로 묘사되는 동시에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되기도 한다"며 "이 소설을 통해 그런 고정관념과 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인 남성의 시선에 맞서고, 여성들이 원하는 어떤 존재로든 살아갈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소설은 여성의 몸과 정체성을 억압하는 왜곡되고 폭력적인 시선을 고발한다. 지원이 눈알을 삼키는 행위는 이런 시선에 맞서려는 강렬한 의지가 담긴 메타포로 읽힌다.
인간의 눈알을 탐하게 된 K-장녀의 팔자 극복 잔혹극이자 여성혐오,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아시아 여성의 정체성 찾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소현 옮김. 476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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