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기간제법’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제도 개편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비정규직을 2년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현행 기간제법이 오히려 고용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기간제법 개편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07년 처음 시행된 기간제법의 공식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해당 제도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해 비정규직의 과도한 사용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고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일선 현장에서는 2년 도래 직전 계약을 종료하는 등 편법이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조사’를 보면 2024년 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11.8%다. 조사 시작 시점인 2010년(10.4%)과 비교해 1.4%p 올랐다. 지난 15년간 비중은 큰 변화 없이 10%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4년 말 기준 정규직 전환율도 8.6%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보고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 분석’에서도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정규직이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2009년 27.9%에서 2018년 14.9%로 떨어졌으며 2020년에도 19.4%에 그쳤다.
최근 기간제 근로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기간제 노동자 규모는 2021년 453만 7000명에서 2025년 533만 7000명으로 4년 새 80만명(17.6%) 늘어났다. 전체 임금근로자 대비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1.6%에서 23.8%로 2.2%p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간제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기간제법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 토론회,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이어 지난 10일 노동계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기간제법에 대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버렸다”며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노동구조개혁 TF 등에서는 ‘고용기간 제한 완화’ 등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에 오는 6월까지 기간제 고용 사업체의 사용 실태와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 현황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이와 함께 노동·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포럼에서 비정규직 고용 기간 개편안을 비롯해 기간제 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를 거친 뒤 이를 사회적 대화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간제법 문제 해결이 지연된 배경으로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지목된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기간제법 개편을 시도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4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비정규직 확대 우려에 따른 노동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기간제법 개편은 사용기간 연장, 사용 사유 제한, 차별 시정 강화 등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사용기간 연장 방안을 두고 과거 노동계가 반발했던 만큼 이번에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해법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고 “정규직 전환율이 정체돼 있는 원인은 기간제법이 2년 이상 고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현장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상시적·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활용하는 관행이 고착화된 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요한 것은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고 고용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적 보완”이라며 “비정규직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비용을 높여 남용을 억제하는 정책적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간제법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정흥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간제법 개편은 크게 사용기간 연장과 사용 사유 제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노사 입장 차가 커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공백 속에서 기간제 고용은 오히려 증가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사용기간 연장만으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사용 사유 제한, ‘쪼개기 계약’ 등 편법을 함께 손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주장하는 두 방향을 모두 열어두고 현실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