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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요즘 리더들을 만나보면 비슷한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인공지능(AI)을 배워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빠릅니다.” “도구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늦은 것 아닌가요?” 아마 많은 리더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후배를 보며 조바심을 내고, 어떤 이는 회의 때마다 쏟아지는 AI 이야기에 괜히 자신만 뒤처진 것 같은 압박을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다른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대신 꾸준히 배우십시오.
중요한 것은 AI를 빨리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에게 더 중요한 것은 AI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일의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손이 조금 느린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방향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AI 시대에 리더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용법의 미숙함이 아니라, 기술이 바꾸는 일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무감각입니다.
많은 리더가 AI를 하나의 신기한 도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보고서 초안을 써주고, 회의 내용을 정리해주고, 자료를 요약해주는 편리한 비서쯤으로 여깁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AI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일의 순서와 역할을 바꾸는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더 빨라지고, 어떤 일은 사라지고, 어떤 일은 사람만이 해야 하는 일로 더 또렷해집니다. 그러니 리더가 AI를 안다는 말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조직의 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읽어내는 눈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일을 잘게 나누고 사람을 거기에 맞춰 배치하는 것이 리더의 역량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AI가 들어오면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시키는 구조 자체가 비효율이 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자료 조사, 회의 초안, 고객 응대, 데이터 정리처럼 과거에는 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이던 일이 이제는 AI와의 협업을 전제로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누가 AI를 쓸 줄 아느냐보다, 누가 일을 다시 설계할 줄 아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리더란 결국 역할이라고 늘 말해왔습니다. 리더는 분위기만 잡는 자리가 아닙니다. 방향을 정하고, 기준을 세우고, 사람과 자원을 가장 적절하게 배치하는 자리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팀의 업무를 AI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무엇은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무엇은 오히려 더 높은 판단과 배려를 요구하는지 가려내야 합니다. 셋째, 그렇게 재설계된 구조 속에서 인간 리더의 역할을 더 선명하게 찾아야 합니다.
AI가 강해질수록 리더의 역할이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AI는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우선순위를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AI는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조직의 결심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AI는 정보를 모을 수 있지만 누구를 살리고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지는 결정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AI가 해주는 일이 늘어날수록, 리더는 더 본질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방향을 잡는 일, 판단하는 일, 책임지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AI 학습에도 ‘삼년불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년불비.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가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는 뜻입니다. 요란하게 날아오르는 것보다 먼저, 비상할 힘을 축적하는 태도입니다. 지금 리더에게 필요한 것도 그것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화려하게 AI를 시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도구를 제대로 써보고, 작은 업무 하나를 다시 설계해보고, 팀원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보면서 자기 조직에 맞는 방식으로 체득하는 것입니다. 급하게 날아오르려다 방향을 잃는 것보다, 천천히 익히더라도 제대로 익히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AI 앞에서 조급한 리더는 두 가지 실수를 합니다. 하나는 무턱대고 모든 것을 AI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겁을 먹고 외면하는 것입니다. 둘 다 위험합니다. 전자는 기술에 끌려가는 것이고, 후자는 시대에서 밀려나는 것입니다. 리더는 그 중간에 서야 합니다. 배워야 하지만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도입해야 하지만 맹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활용해야 하지만 책임까지 넘겨서는 안 됩니다.
지금 AI에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체면이 아니라 학습입니다. 지금 속도가 느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시가 아니라 축적입니다. 리더는 AI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AI로 일을 재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그 변화 속에서도 리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급함은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반면 꾸준함은 구조를 바꿉니다. 리더가 AI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도구 하나를 익히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의 미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대신 멈추지도 마십시오. AI 시대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번쩍이는 재주가 아니라, 배우고 설계하고 책임지는 태도입니다. 결국 멀리 나는 리더는, 먼저 깊이 준비한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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