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산업계에서 발전·유틸리티 자산은 직접 건설해 고정 보유하는 것이 당연시됐으나 이제 양상이 바뀌고 있다. SK가스와 SK케미칼이 에너지 자회사 지분 49%를 매각키로 한 것은 국내 에너지 기업들 운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불어난 부담은 덜고 향후 LNG·수소·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이어질 신규 투자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 SK가스·SK케미칼, 지분 상당분 매각 결정…경영권은 유지
최근 SK가스는 종속기업 울산GPS 지분 49.0%를 1조2242억원에, SK케미칼은 SK멀티유틸리티 지분 49.0%를 3710억원에 각각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상대방은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 조성한 스틱한투인프라 사모투자합자회사이며 양도 예정일은 오는 5월 29일이다.
두 거래를 합치면 유입 예정 자금은 1조5952억원에 달한다. 다만 양사 모두 지분 51%를 남겨 경영권은 유지한다. 자본이 많이 묶이는 인프라 자산 일부를 금융투자자와 나눠 들고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매각 대상 자산 성격을 보면 이런 해석은 더 힘을 얻는다.
울산GPS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부곡·용연지구 일대에 1212M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월 착공 후 2024년 12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SK멀티유틸리티는 울산 남구에서 300MW급 LNG·LPG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다.
2022년 7월 착공 이후 약 40개월간 공사와 시운전·안정화 과정을 거쳐 2025년 11월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둘 다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한 대신 일단 정상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란 공통점이 있다.
시장 시선은 이번 조치로 인한 재무 개선 효과에 쏠리고 있다.
SK가스는 고성그린파워,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우디 PDH·PP 사업, 울산GPS 및 LNG터미널 건설, 신규 선박 리스 등으로 연결 조정순차입금이 2021년 말 1조6000억원에서 2025년 말 3조3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매각대금 유입이 재무부담 완화에 긍정적이라 평가하면서도 향후 LNG터미널과 수소 연료전지, ESS 등 사업다변화 투자에 자금이 재투입될 수 있어 개선 효과가 일시적이라고 분석했다. 단순 반영 기준으로 SK가스 순차입금은 3조2834억원에서 2조592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은 155.4%에서 111.9%로 낮아진다. 현금 및 장단기금융상품은 7026억원에서 1조9268억원으로 늘어난다.
SK케미칼 역시 유사한 구도를 지닌다. 회사는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뒤 한동안 실질 순현금 상태를 유지했지만 이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력 약화와 신규 투자로 2025년 말 연결 조정순차입금이 6541억원까지 늘었다. 이번 매각대금을 단순 반영하면 조정순차입금은 2832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은 93.8%에서 83.9%로 개선된다. 총차입금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순차입 구조가 가벼워지는 셈이다.
▲ 재무 부담 개선 효과 기대…“효율적 투자에 향방 달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SK케미칼의 경우 자산 매각 자체보다 실제 현금 활용, 2025년 말 본격 가동한 SK멀티유틸리티 수익성 개선 속도를 더 중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SK케미칼은 Green Chemicals(수지, 친환경 및 기능소재) 부문과 Life Science(백신, 의약품 등) 부문으로 사업이 다각화돼 있는데 백신 부문 실적 부진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거래는 에너지 기업들이 더 이상 발전 자산을 무조건 100% 보유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선 LNG 인프라와 전력, 수소, ESS, 저탄소 전환 사업 등으로 투자 지형이 넓어지며 자산 기반으로 현금을 만들고 그 돈을 다음 투자에 쓰는 편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울산GPS처럼 상업운전에 들어간 자산, SK멀티유틸리티와 같이 본격 가동 단계에 진입한 자산은 건설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사모펀드가 선호할 만한 매물이란 평가다. 운영권을 가진 산업자본과 장기 현금흐름을 원하는 재무적 투자자 간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당장 재무제표는 개선되나 장기적으로 효과가 이어질지는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며 “자산 효율화가 미래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는 한편 또 다른 대규모 투자 부담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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