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후] 교섭단위 분리로 현실화된 '다중교섭'…기업 교섭 부담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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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후] 교섭단위 분리로 현실화된 '다중교섭'…기업 교섭 부담 커질 듯

아주경제 2026-04-13 22:08: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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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업장 내 ‘다중교섭’ 구조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된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늘어나면서 동일 사업장 내 하청 노조 간 개별 교섭 사례도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장 교섭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복수 노조의 개별 교섭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노무 관리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섭단위 분리신청 급증…노동위 판단 기준 형성 단계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달 10일까지 노동위원회가 접수한 원청의 사용자성 관련 사건은 총 29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이 17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교섭단위 분리신청은 117건을 기록했다.

다만 처리 결과를 보면 양상은 다소 다르다. 같은 기간 노동위에서 처리된 224건 가운데 197건이 ‘취하’로 종결됐고 실제 인정된 사건은 19건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13건이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 나타나 분리 교섭에 대한 제한적 인정 흐름이 확인된다.

취하 비율이 높은 것은 노조 간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자진 철회가 이뤄졌거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교섭단위 분리는 동일 사업장 내에서도 직무나 근로조건 차이가 클 때 노조별로 별도 교섭을 인정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노조 간 요구 조건과 교섭 전략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분리 신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 사례로는 포스코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사건이 꼽힌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심판회의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이며 향후 포스코이앤씨는 하청노조와 교섭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콜센터, 배전공사 등 특정 직종에서 근로조건 격차가 클 때에도 분리 신청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직무 특성과 근로 환경 차이가 뚜렷할 때는 동일 교섭단위로 묶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는 그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산업안전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사내하청, 건설업종 하청,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자회사나 용역계약을 맺은 환경미화·경비·보안 하청업체는 원청 사용자가 산업안전 관련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다중교섭 확산에 기업 부담 가중…현장 혼선 불가피

이처럼 교섭단위 분리가 확대되면서 기업 측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청 기업은 다수 노조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행정적·시간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섭 기간 장기화와 파업 리스크 상시화로 생산 공정 운영과 납기 대응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협상 창구가 다원화되면서 의사결정 지연과 현장 혼선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사내하청과 협력업체 구조가 복잡한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섭 창구 다원화는 협상 장기화에 따른 비용 증가뿐 아니라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을 유발해 파업 리스크를 키우고, 생산 공정 및 납기 대응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나 교섭단위 분리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의제별 책임 범위에 대한 업종별 가이드라인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해석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혼선 우려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축적된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위원회 판단을 통해 사용자성을 확인한 뒤 교섭을 진행하는 등 현장에서는 법이 정한 틀 내에서 안정적인 교섭질서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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