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에 범죄 문제와 외교 영역에서 형편없는 인사라면서, 본인이 백악관에 있지 않았다면 그가 교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레오 교황은 범죄 문제에 있어서 나약하고, 외교 정책 면에서는 형편없다"라며 "(그는) 트럼프 정부가 '공포'스럽다고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 신부와 목사들이 야외에서 거리두기를 지키고 예배를 드려도 체포가 되면서 기독교가 겪었던 '공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형제 루이스를 훨씬 더 좋아한다. 루이스는 완전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성향이다.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레오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레오 교황의 형인 루이스 마틴 프레보스트는 동생과는 달리 극우성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미국 민주당에 대한 비난, 민주당 정치 인사에 대한 비난 등을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면서 교황과는 이념적 지향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교황도 원하지 않는다"라며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교황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오는 감사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깜짝' 인물이었다. 교황 후보 명단 어디에도 없었고,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교회가 그를 선택한 것"이라며 " 내가 백악관에 있지 않았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는 범죄 문제에도, 핵무기 문제에도 나약하다. 그는 오바마 지지자들과 만난다"며 "교황으로서 정신을 차리고 상식에 맞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것을 멈추고, 정치인이 아니라 위대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훈수를 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메시지를 게재한 이후 예수 그리스도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본인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게재했다. 이 그림 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워있는 남성에게 안수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서 빛이 나오고 있는 모습을 주위 사람들이 경이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고, 위쪽에는 전투기와 군인들도 그려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신격화하면서 교황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비난에 교황 레오 14세는 13일 알제리로 향하는 교황 전용기에서 "나는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복음의 메시지를 당당하게 전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는다"라며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며, 그가 이해하는 것과 같은 관점으로 외교 정책을 다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평화주의자로서 복음의 메시지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논쟁에 뛰어들지는 않겠다. 내가 하는 말들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모든 이들이 평화와 화해의 다리를 만들 방법을 찾고, 가능한 한 언제든 전쟁을 피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이라고 믿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황은 앞서 11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평화 기도회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전능함의 망상에 맞서는 방벽"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생명의 하느님, 거룩한 하느님의 이름조차 죽음의 담론에 휘말리고 있다"라며 전쟁을 벌이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멈춰라, 이제 평화의 시간이다. 재무장을 계획하고 살육을 자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중재의 자리에 앉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 재물에 대한 우상숭배는 이제 그만! 권력 과시도 이제 그만! 전쟁도 이제 그만!"이라고 호소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교황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이란 전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그의 발언 중 이란 분쟁을 강력히 규탄한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신성한 투쟁'으로 규정한 이번 분쟁에 대한 교황의 가장 강력한 비난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을 적을 물리치는 정당한 기독교 국가로 묘사하며, 이란 공격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된 성전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그는 추락한 F-15 조종사 구조 작전을 예수의 부활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10일 레오 교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터무니없고 비인간적인 폭력이 기독교 동방의 성지 곳곳에 맹렬하게 퍼지고 있다"라며 이란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명은 자기 이익을 위한 부수적인 피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익도 가장 약한 사람, 어린이, 가족의 생명보다 가치 있을 수 없다. 어떤 명분도 무고한 피를 흘리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정을 갓 넘긴 시점에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오는 1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이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이란 측은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은 분쟁 종식을 목표로 선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고 양측은 '이슬라마바드 합의(Islamabad Understanding)'까지 단 몇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며 "그러나 (미국의) 과도한 요구, 조건 변경, 봉쇄 위협 등으로 인해 프로세스가 중단됐다"고 말했다고 이란 측이 13일 언론 배포 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이 자료에서 에스마일 바게이 외무부 대변인은 "단 한 번의 세션으로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도 "외교는 지속적인 과정이며 단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란은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해 외교적 채널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미국과 외교에 문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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