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구’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섰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이미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고, 미국은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
◇중국의 진짜 무기, ‘공급망 속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3000대다. 이 가운데 약 87%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애지봇, 유니트리 로보틱스, 유비테크 로보틱스 등이 시장 상위를 장악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압도적이다. 일부 중국산 휴머노이드는 6000달러(약 894만원) 수준까지 내려온 반면, 미국은 아직 양산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뿐 아니라 ‘속도’와 ‘가격’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경쟁력은 완성품에 그치지 않는다. 완성형 기업만 160여 개, 핵심 부품 기업은 60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공급망이 핵심이다. 부품 조달부터 생산, 데이터 축적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산업화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수만 대 규모로 생산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국의 반격…‘연합’으로 승부
글로벌 시장이 ‘양산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범국가 협력체인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전 K-휴머노이드 연합)’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출범 1년 만에 참여 기관은 40여 곳에서 260여 곳으로 늘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로 빠르게 확장됐다.
박일우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로봇 프로그램 디렉터(PD)는 “이번 1주년 성과의 핵심은 범용성과 현장성”이라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인공지능(AI)을 확보했고, 제조·물류·조선·건설 등 핵심 산업에 실제 로봇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PD는 산업통상부 산하 연구개발(R&D) 사업을 총괄·기획하는 민간 전문가로,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과제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책과 기술,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다.
|
◇공장에서 물류센터까지…“이미 투입됐다”
연합은 로봇 AI 공용 모델 개발과 핵심 부품 국산화를 중심으로 6개 전문 그룹을 구성해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해왔다.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성과는 현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제조·조선 분야에서는 에이로봇이 HD현대중공업 생산라인 투입을 위한 실증을 진행 중이며, 삼성중공업에서도 공정 분담 테스트를 마쳤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정에 투입됐고, 에이딘로보틱스는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피스앤피킹 작업을 수행 중이다.
|
물류 영역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로보티즈는 BGF로지스와 ‘AI 워커’를 활용한 분류·이송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브로스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물류창고 자동화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공장과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 등 다양한 산업에서 휴머노이드 적용 가능성도 검증 중이다.
이처럼 제조(삼성·LG), 물류(CJ), 에너지(SK), 조선(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건설(포스코) 등 주요 산업 현장에 로봇이 실제 투입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는 더 이상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이미 ‘현장’에 들어온 상태다.
|
◇기술 경쟁 넘어 ‘생태계 전쟁’
한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개별 기업 경쟁이 아닌 ‘생태계 단위’ 대응이다. 연합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공동관을 운영하며 기술력을 선보였고, 국제표준화기구 논의에도 참여하며 글로벌 표준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향후에는 데이터 팩토리와 표준화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중소·중견기업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케이알엠(KRM) 등 핵심 부품 기업들이 합류하면서 공급망 강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박 PD는 “연합이 단순한 정책 협의체를 넘어 산업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실질적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는 ‘상업적 임계점’을 넘기 위한 양산 체계 구축과 국제 협력 확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부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장에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더 이상 미래 산업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속도의 전쟁’이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