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2025년 교육부의 ‘모두를 위한 AI 교육’은 시대의 요구를 정확히 짚은 선언이다. 인공지능(AI)이 일상과 노동, 학습을 재구성하는 지금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문제는 이 정책 속 ‘모두’가 실제로 누구를 의미하는가에 있다. 현장의 현실은 냉정하다. 현재의 AI 교육은 코딩, 데이터 활용, 디지털 역량 같은 기술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주민, 장애인, 노인 같은 사회적 소수자는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밀려난다. 언어 장벽, 접근성 문제,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다.
결국 ‘모두를 위한 AI 교육’은 이미 준비된 사람들을 위한 교육으로 축소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AI 교육의 출발점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기반은 기술이 아니라 문해력, 곧 읽고 이해하는 힘이다.
나아가 이 힘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유통시키게 한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삶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처리 능력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AI는 번역을 제공할 수 있지만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AI는 정보를 연결할 수 있지만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공존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해석 능력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독서는 다시 교육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독서는 지식을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이다. 낯선 삶을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각을 재구성하는 훈련이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주민에게 독서는 새로운 사회의 언어를 익히는 통로이고 장애인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확장된 감각이며 노인에게는 삶을 재해석하고 사회와 다시 이어지는 매개다.
이들에게 필요한 AI 교육은 기술 이전에 이해의 기반을 세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읽걷쓰’ 교육은 이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세상을 읽고, 삶 속에서 경험하고, 다시 쓰는 과정은 지식을 단순한 정보에서 의미로 전환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학습자는 더 이상 정보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간형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고 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 판단력은 속도와 효율로 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느리고 깊은 독서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AI 교육’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이해 중심 교육으로, 기능 습득에서 의미 해석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서를 다시 놓아야 한다. 2월 국회와 인천교육청 공동 주관으로 ‘AI 시대 독서강국으로 가는 길’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AI 시대의 교육이 길러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타자와 공존하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임을 천명했다. 그 출발점은 여전히 분명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독서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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