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많이 가는 메뉴도 바코드만 찍으면 척척 나오니까 제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공차 선릉역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치자 직원이 커피머신을 닮은 직사각형 기기 ‘슈퍼우’에 컵을 올리고 바코드를 인식시킨다. 곧이어 토출구에서 음료 베이스가 흘러나오고, 직원이 얼음과 토핑을 더하지 주문한 음료가 바로 완성됐다. 100여 종에 달하는 메뉴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탓에 자동화가 쉽지 않을 것 같던 카페 업종에서도 로봇이 제조 공정을 맡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최근 외식업계 전반에서 조리로봇과 자동화 설비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숙련된 직원의 손맛과 경험이 품질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로봇과 데이터 기반으로 조리 공정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리 로봇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다. bhc는 자동화 튀김 로봇 ‘튀봇’을 전국 43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반죽된 치킨을 기계에 넣으면 트레이 이동부터 튀김, 기름 제거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사람이 직접 하던 ‘흔들기’ 공정까지 구현해 식감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촌치킨은 ‘배터믹스 디스펜서’를 통해 치킨 반죽 공정을 자동화했다. 버튼 한 번으로 물 계량과 믹스 배합이 이뤄져 수작업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현재 교촌은 22개 매장에 해당 장비를 도입한 상태다.
롯데리아는 일부 직영 매장에 패티 조리 로봇 ‘알파그릴’과 튀김 로봇 ‘보글봇’을 도입해 기존 수작업 중심 공정을 자동화했다. 고기 압착부터 뒤집기, 굽기까지 7단계에 이르던 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조리 시간은 1~3분 수준으로 단축됐다. 동시에 조리 편차를 줄여 일정한 맛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엔제리너스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매장에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드립’을 배치해 드립 커피를 자동으로 제조하고 있다. 물줄기의 각도와 높이까지 정밀하게 제어해 전문가의 손길과 같은 균일한 맛을 구현한다. CJ푸드빌은 빕스 매장에 쌀국수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고객이 재료를 담아 전달하면 로봇이 뜨거운 물에 면을 삶고 육수를 부어 요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외식업계가 자동화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부담이 자리해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식당 서비스원(4.1%)과 조리사(3.3%)의 인력 부족률은 전체 136개 직종 중 각각 10위와 25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상황에서 외식업계는 반복적인 조리 공정을 기계로 대체해 인력 공백을 메우는 한편, 운영 효율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 조건인 만큼, 이를 보다 정교하게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동화 설비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조리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재고 관리와 매장 운영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조리로봇은 단순히 인력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맛의 표준화와 운영 효율, 데이터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라며 “앞으로 외식업계 경쟁력은 자동화와 데이터 활용 역량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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