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중독에 칼 뽑은 국제사회…배상·규제·실태조사 전방위 압박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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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중독에 칼 뽑은 국제사회…배상·규제·실태조사 전방위 압박 잰걸음

르데스크 2026-04-13 16:14: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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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에서 플랫폼이 설계한 중독적 시스템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나오면서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강한 규제법은 있지만 판례는 없던 영국, 호주 등에도 관련 판례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국도 소송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빅테크를 상대로 한 다른 소송 결과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NS 중독 관련 빅테크 승소 일색이던 미국, 문제 심각성 커지자 180도 달라진 판례 등장

 

지난달 25일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빅테크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K.G.M. v. Meta Platforms, Inc. & YouTube LLC)이 나왔다.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익명(K.G.M.)의 20대 여성이 "하루에 16시간 이상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것은 플랫폼들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중독 유도 알고리즘 때문이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원고는 ▲우울증과 불안 ▲자살 충동 및 자해 ▲신체 이형증 ▲앱에 대한 강박적 몰입을 구체적 피해로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일주일 넘게 심의한 끝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메타와 유튜브가 원고에게 총 6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재판 결과를 두고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클레이 캘버트 연구원은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원고 측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른다면 피고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설계하고 미성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 자체를 재고하게 될 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 지난달 25일 캘리포니아주 법원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에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배심원단 판단 이후 언론 인터뷰를 진행 중인 소송 관계자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플랫폼 운영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은 무려 10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플랫폼 책임을 묻는 최초의 소송(Doe ex rel. Roe v. Backpage.com, LLC)은 2015년에 등장했다. 온라인 광고게시 사이트 'Backpage'는 하위 카테고리로 'Adult(성인)'와 'Erotic Services(성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올렸는데 원고들은 해당 사이트 때문에 수천번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원고들은 사이트가 단순히 광고만 게시한 게 아니라 불법 콘텐츠를 위장하고 법 집행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인 설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등을 통한 익명 결제를 허용하고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삭제했으며 연령확인 절차도 미흡한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당시 메사추세츠주 지방법원은 "플랫폼이 직접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고 단순히 구조를 설계한 점만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단순한 방조가 아니라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며 즉각 항소했지만 끝내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에 근거한 법원의 면책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2021년 페이스북을 통해 성범죄를 당하게 된 15세 소녀가 페이스북의 책임을 인정해 달라고 제기한 유사한 소송(Doe v. Facebook, Inc.) 역시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당시 텍사스주 대법원도 "통신품위법 제230조에 따라 플랫폼은 제3자가 올린 콘텐츠의 직접적 게시자 또는 발언자가 될 수 없다"며 플랫폼의 면책을 인정했다.

 

다만 당시 원고들은 소송 전략을 '설계책임'으로 전환하며 광역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으로 판을 키웠다. '광역소송'이란 증거수집(Discovery)과 법리 논쟁은 관할이 다른 당사자들이 모두 함께 진행하지만 배상금은 각 피해자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하는 미국 특유의 소송 제도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이 미성년자의 강박적 사용을 조장하는 플랫폼을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아동 및 학부모 개인과 교육기구, 30여개 주 정부가 원고로 합쳐진 거대한 소송으로 확대됐다.

 

▲ 2026년 2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상급법원에 출석 중인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사진=EPA/연합]

 

2024년 10월 15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해당 소송의 중간 판결을 선고하면서 "메타가 설계한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좋아요' 숫자 표시 ▲알고리즘 추천 기능은 통신품위법 제230조에 따라 면책되는 영역이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메타가 플랫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대중을 기만하고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전히 소송 결과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SNS 규제 수위 높이는 영국, 500만개 개정 막은 호주, SNS 중독 설계 조사 돌입한 EU

 

영국에서는 지난 2017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몰리 러셀(Molly Russel) 사건'이 기폭제가 되면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이 제정됐다. 당시 14세였던 몰리의 시신 검시에 참여한 검시관이 "몰리가 우울증 및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인한 자해행위로 사망했다"고 사망 원인을 밝힌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검시 결과에 따르면 몰리가 사망하기 전 6개월 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등으로 반응한 1만6300개의 게시물 중 2100개가 우울증, 자해 또는 자살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은 제재 강도가 높고 실효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미국의 배상 판결이 나옴에 따라 영국 상원에선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더 강력한 입법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영국정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관련 안건(Growing Up in the Online World: A National Conversation)을 올리고 '소셜미디어 금지법' 입법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대국민 공청회(Consultation) 절차를 밟고 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을 법으로 제한한 국가다. 호주의 '2024년 개정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mendment (Social Media Minimum Age) Act 2024)'은 제4조에 내용이 추가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16세 미만 아동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의무'를 명시했다. 이 의무는 아동의 부모가 사용에 동의했더라도 면제되지 않는다. 호주 온라인 안전국(eSafety Commissioner)은 "시행 초 몇 주 동안 플랫폼들은 미성년자 계정 470만 개를 삭제했고 이후 추가로 30만개의 활성화를 막았다"고 발표했다.

 

▲ 2023년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EU 집행위원회 가치 및 투명성 담당 부위원장 베라 요우로바(Věra Jourová). [사진=EPA/연합]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SNS 플랫폼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SNS 플랫폼에 '시스템적 위험 관리 의무'를 부과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알고리즘의 이른바 '토끼굴 효과'를 심층 조사하는 중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토끼굴로 빨려 들어가듯 플랫폼이 설계한 알고리즘이 사용자를 특정 관심사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빨려 들어가는 효과를 실제로 낳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애착'을 형성해서 플랫폼을 오래 사용하도록 하는 게 수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운영 전략이기 때문에 중독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중독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의식 형성, 우울감 등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셜미디어가 이제는 국민 삶의 일부가 됐기 때문에 이걸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면서 "영국이나 북유럽 국가들 같이 법적으로는 규제 장치를 두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 형태로 또래나 전문 상담가를 매칭해주는 식의 사회서비스가 함께 가는 '투 트랙 대처'가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리버티 이지은 변호사는 "SNS 중독의 결과가 어떤 명확한 법 위반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당장은 법원으로 가져가 배상을 받긴 어렵지만 현 단계에서는 무르익은 사회 분위기가 먼저 정부나 국회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부처 간 관계조율이 문제되기 때문에 이 법도 공정위면 공정위, 방통위면 방통위 식으로 주도적으로 쥐고 갈 부처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두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거대플랫폼들은 우리나라처럼 소위 만만한 나라들에는 전속관할합의(플랫폼 본사 관할 법원에서만 소송도록 한 내용)를 약관에 정해 놓는 반면, 강하게 대응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사용자들에게는 그런 합의를 적용하지 않는 식으로 국가마다 다르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법원은 아직까지 플랫폼 편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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