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박물관] 부산박물관에서 만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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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박물관] 부산박물관에서 만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뉴스컬처 2026-04-13 16:14: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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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부산은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다. 당시 부산은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피란민들의 종착지였다. 부산박물관에서 만난 한국전쟁 당시 전시물들은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갖는 역사적 무게와 그 시절의 치열했던 삶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부산박물관 2층 부산관 한켠에 있는 ‘피란 도시 부산’의 기록은 관람객을 한국전쟁 시기 부산의 시간 속으로 소환한다. 1950년 8월 18일부터 1953년 8월 15일까지 부산은 서울 수복 기간을 제외한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심장부였다.

임시수도 부산에 위치한 주요 기관들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컬처
임시수도 부산에 위치한 주요 기관들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컬처

당시 경남도청은 임시정부 청사로, 도지사 관사는 대통령 관저(경무대)로 사용됐다. 공간의 한계로 인해 국회는 부산극장과 무덕전을 전전해야 했고, 각국 외교기관과 금융·교육 기관들까지 부산에 터를 잡았다. 전시물은 당시 부산이 유엔군과 군수물자가 유입되는 관문이자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국가 시스템을 지탱한 유일한 심장부였음을 보여준다.

◇ 임시수도 1023일의 기록... 이별과 재회의 상징 '영도다리'와 '40계단'

피란민들에게 부산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깃든 공간이었다. 60만 명에 육박하는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부산의 인구는 순식간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은 당시 피란민들에게 유일한 이정표였다. 가족을 찾는 벽보로 도배됐던 다리 아래 점집 골목은 이산의 아픔과 간절함이 서린 상징적 장소로 기록돼 있다. '40계단'은 부두 노동으로 하루를 버티던 피란민들이 산비탈 판잣집으로 향하던 가파른 길이었다. 계단 앞은 구호물자가 오가는 장터가 형성됐고 오늘날 이곳은 고단했던 피란살이의 상징적 유산으로 남아있다.

전시물은 참혹한 전쟁 중에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국민적 저력을 웅변한다. 75개교에 달하는 ‘피란 학교’는 학교 건물이 군에 징발되자 산속이나 하천변에 천막을 치고 수업을 이어갔다. 1951년 설치된 전시연합대학교는 이후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발급된 '거주 증명원', '생활필수품 배급통장', '식량배급통장'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컬처
임시수도 부산에서 발급된 '거주 증명원', '생활필수품 배급통장', '식량배급통장'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컬처

서민 경제의 생동하는 실핏줄이었던 '국제시장'의 기록도 흥미롭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자가 유통되면서 헌병의 단속을 피해 물건을 감추고 도망치던 긴박한 일상은 역설적으로 부산이 당시 경제의 중심지였음을 증명한다. 전시된 유물 중 ‘거주 증명원’과 ‘생활필수품 배급통장’은 당시 통제된 삶과 물자 부족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특히 군인 및 군무원용 KAPX 배급증서와 일반인용 배급통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생존을 이어간 당시의 상황을 말해준다.

◇ 피란도시 부산의 유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현재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예비평가 신청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11월 부산광역시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우선등재목록에 선정하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문화유산위원회는 해당 유산의 가치와 연결성, 완충구역 및 보호 관리 체계 등 보완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우선등재목록에 최종 선정했다.

영도대교(부산광역시 지정문화유산). 1934년 준공된 근대식교량으로 ‘부산대교’가 정식 명칭이었으나 시민들은 ‘영도다리’라고 불렀다. 1982년 인근에 나란히 선 ‘부산대교’가 준공되면서 ‘영도대교’로 개칭됐다. 사진=피란수도부산유산
영도대교(부산광역시 지정문화유산). 1934년 준공된 근대식교량으로 ‘부산대교’가 정식 명칭이었으나 시민들은 ‘영도다리’라고 불렀다. 1982년 인근에 나란히 선 ‘부산대교’가 준공되면서 ‘영도대교’로 개칭됐다. 사진=피란수도부산유산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부산 시내 11개 유산으로 구성돼 있다. 최종 선정된 11개소는 경무대, 임시중앙청, 국립중앙관상대, 부산항 제1부두, 영도다리, 복병산 배수지, 아미동 비석, 우암동 소막, 하야리아 기지, 미국대사관겸 미국공보원, 유엔묘지 등이다.

문화유산위원회는 오는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예비평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예비평가는 등재 신청서 작성 전 자문기구로부터 사전 검토를 받는 절차다. 예비평가 신청서는 5월까지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위원들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통해 보완사항이 검토된 후 최종 회의를 거쳐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될 예정이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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