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접근성 첫 기준 세운 대법…권리구제는 ‘공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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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접근성 첫 기준 세운 대법…권리구제는 ‘공백’ 여전

투데이신문 2026-04-13 16:0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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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장애인 웹접근권 침해 대법원 판결 재판소원청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장애인 웹접근권 침해 대법원 판결 재판소원청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온라인 쇼핑몰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상품 이미지에 대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웹접근성의 구체적 의무 범위와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시각장애인들이 지마켓 운영사(G마켓, SSG닷컴, 롯데쇼핑)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이러한 운영 방식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위자료와 시정조치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리더를 통해 텍스트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받는데, 해당 쇼핑몰들이 상품 정보를 이미지로만 제공하고 이를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를 넣지 않아 실질적인 이용에 제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1심은 대체 텍스트 제공이 미흡해 시각장애인의 이용에 실질적 제약이 발생했다고 보고 일정 기간 내 개선과 함께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다만 당시에도 재판부는 상품 대부분이 협력업체나 개별 판매자에 의해 등록된다는 점, 대체 텍스트를 전면적으로 제공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 피고들이 지속적으로 웹접근성 개선 노력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는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항소심은 대체 텍스트 제공 의무는 유지했지만 금전 배상 부분은 취소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온라인 쇼핑몰 측의 차별 행위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피고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2년 7월 서울 중구의 한 햄버거점에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에 참가한 한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누르기 위해 화면을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2022년 7월 서울 중구의 한 햄버거점에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의 키오스크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에 참가한 한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누르기 위해 화면을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웹접근성, 법적 의무에서 국제 기준까지

이번 판결은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이미지에 대한 대체 텍스트 제공 의무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개별 판매자가 올린 상품 정보라고 하더라도 플랫폼 사업자가 그 정보의 유통 창구로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책임을 진다는 점을 대법원이 확인했다는 데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웹접근성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존재하며 관련 법률에 따라 준수 의무가 부과되는 영역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인 ‘상품 이미지 대체 텍스트’도 국제적 기준인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로, 모든 비텍스트 콘텐츠에 대해 동등한 의미의 텍스트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법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정보 제공자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이 존재하는 만큼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이미지 대체 텍스트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된 쟁점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할인 매장 기업 타깃(Target) 웹사이트를 둘러싼 소송(2008)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전미시각장애인연맹(NFB)은 타깃 사이트에 대체 텍스트가 부족하고 매장 위치를 보여주는 이미지 맵이 스크린리더로 인식되지 않으며 일부 온라인 구매 절차는 마우스 없이는 완료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이 사건은 타깃이 웹사이트 접근성을 개선하고 600만 달러 규모의 합의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 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구제는 빠진 판결...장애계 ‘헌법소원’으로 맞대응

위 사례와 달리 국내 장애인 차별소송에서는 차별행위는 인정되더라도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으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시외·광역버스 승강설비 미제공 사건과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거부 사건에서 법원은 차별과 시정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법에 규정된 권리구제 수단이 실제 재판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장애계의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원고들과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하며 “법원이 온라인 쇼핑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것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평등권,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정조치는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고 손해배상은 이미 발생한 과거의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손해배상 부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구제수단에는 시정조치와 손해배상이 있는데 하나가 인정됐다고 해서 권리구제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차별행위의 존재 자체가 인정됐음에도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의 권리구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소송 결과는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사건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웹접근성 의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차별이 인정되고도 실질적 구제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손해배상 인정 범위와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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