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TT들은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스포츠·공연 등의 중계 방송으로 보폭을 넓히며 새로운 수익화에 도전하고 있다. 연령과 취향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실험이 이어지면서 OTT는 K 문화 소비의 가장 앞단에 섰다. 막대한 투자가 전제되는 OTT 산업은 본질적으로 긴 호흡을 요구한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 5년, 이제는 그 시간의 무게가 재무제표 위에 또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자본과 체력의 차이가 구조적으로 눈에 띈다. 본지는 각 사업자들의 위치와 역량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OTT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지난달 방탄소년단(BTS) 컴백 중계를 단독으로 소화하며 국내 콘텐츠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수익 대비 낮은 이익 구조’라는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넷플릭스의 국세청 조세불복 소송 선고를 앞두고 국내 매출의 글로벌 이전과 과세 기반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28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2021년 국세청이 조세회피 혐의로 부과한 약 800억원 규모 세금에 대한 조세불복 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핵심 쟁점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 본사 및 그룹사로 수수료 형태로 이전해 국내 과세 기반을 축소했는지 여부다.
BTS 공연 중계를 기점으로 라이브 콘텐츠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은 한층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규모 인프라가 동원되는 사업 구조와 달리 국내에 남는 경제적 기여도와 세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 매출 증가에도 제한적인 이익 구조
넷플릭스의 조세 논란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다만 최근 라이브 콘텐츠 확장으로 외형과 영향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매출은 2020년 4154억원에서 작년 1조541억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8억원에서 203억원 수준에 머물며 영업이익률은 2~3% 수준에 그친다.
이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한국에서 발생한 구독 매출의 상당 부분을 본사로 이전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매출의 80% 이상이 매출원가로 반영됐고 약 8929억원이 본사 및 그룹사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한국 법인의 역할을 “Netflix, Inc.를 대신해 구독 멤버십을 재판매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콘텐츠를 직접 보유·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서비스를 구매해 유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익은 제한적으로 남는다는 입장이다.
▲이전가격 논란과 반복된 과세 분쟁
이 같은 구조는 국회와 과세당국 모두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매출원가를 과도하게 반영해 국내 이익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질의가 이어졌다.
국세청 역시 2021년 세무조사를 통해 약 800억원 규모 세금을 추징했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사안은 2026년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재무제표에서도 불확실성은 반영돼 있다. 넷플릭스는 1628억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인식했고 707억원 상당의 불확실한 법인세 항목도 함께 반영했다. 과세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란은 반복됐다. 앞서 이탈리아와 일본 정부는 넷플릭스에 매출원가를 활용한 세 부담 축소 문제를 지적하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각각 약 780억원, 30억원 규모의 합의금 및 추징금이 발생했다.
▲ 라이브 확장과 커지는 인프라 의존도
국내 사업장에서의 조세 회피 문제는 아직 결론이 안났지만 넷플릭스가 라이브 콘텐츠 확대를 통해 성장 전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콘텐츠 사업에 미치는 여파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소송에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넷플릭스는 BTS 공연 생중계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데 이어 MLB 개막전, ‘T-모바일 홈런 더비’, MLB 하이라이트 등 스포츠 콘텐츠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K-컬처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라이브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해외에서는 광고형 요금제를 인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국내서의 요금 인상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내 인프라 의존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 광화문 공연 중계 당시 약 1만명의 공공 인력이 투입됐고 이통3사도 대규모 트래픽 대응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별도의 망 이용 대가 구조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라이브 서비스 확장이 이어질수록 사회적 비용과 민간 플랫폼 간 부담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 국내 OTT와의 격차 확대 구조
국내 OTT와의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적자 구조 속에서도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 국내 매출은 1조원을 넘어 티빙의 약 3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왓챠는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고 자연스럽게 K콘텐츠에 투자를 강화하며 국내 산업에 활기를 넣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 내 영향력 확대와 별개로 투자 방향성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한 이후 투자 축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산업은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만큼 투자 변화가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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