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AI 반도체 호황 속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분위기는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양사는 같은 고성과급 상황이지만 한쪽은 합의로 다른 한쪽은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단순한 보상 규모가 아닌 ‘보상 구조’의 차이가 기업 리스크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수십조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연봉 대비 일정 비율과 상한선을 둔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며 노사 간 큰 충돌 없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비교된다.
표면적으로는 두 회사 모두 고성과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식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하이닉스는 개인 보상 중심의 구조를 통해 총액 증가 속도를 관리할 수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익 연동 방식이 현실화될 경우 실적에 따라 성과급 총액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 차이가 갈등의 출발점이자 리스크의 본질이라는 평가다.
▲ 같은 호황 다른 구조…리스크도 달라졌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과 불황의 변동 폭이 크다. 이 때문에 성과급 구조는 단기 보상 수준을 넘어 장기 비용 구조와 직결된다.
하이닉스의 경우 일정 상한선이 존재하는 만큼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비용 증가 속도를 일정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논의되는 이익 연동 방식은 호황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더라도 향후 업황이 둔화될 경우 기업에 고정비 성격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똑같이 많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에 따라 기업이 떠안는 리스크는 전혀 다르다”며 “성과급이 공식처럼 굳어질 경우 다음 사이클에서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투자 vs 분배…‘AI 골든타임’ 선택의 문제
이번 논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시점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는 초기 국면에 들어서 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은 확보한 이익을 설계와 생산 그리고 생태계 확장에 재투자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확보한 현금은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구조를 기반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다만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인수합병 M&A나 연구개발 투자 등 전략 실행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 “지금은 성과를 나누는 시기라기보다 격차를 벌리는 시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내부 갈등에서 외부 변수로 확대...핵심은 보상의 방식
이처럼 성과급 이슈는 조직 내부 문제를 넘어 외부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중심 실적 구조 속에서 성과급 확대가 사업부 간 기여도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AI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부문 간 협업 체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글로벌 고객과의 협상 측면에서도 영향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확대가 기업의 수익 여력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향후 반도체 가격 협상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른 것은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방식이라는 평가다. 같은 호황 속에서도 한쪽은 관리 가능한 구조 속에서 합의를 이끌어냈고 다른 한쪽은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쟁은 단순 임금 협상이 아니라 기업이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보상의 규모보다 구조가 향후 리스크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AI 슈퍼사이클 초입에서 맞이한 초대형 호실적과 그 성과 보상 방식을 둘러싼 선택은 향후 양사의 경쟁력은 물론 반도체 산업의 위상까지 가를 분기점이 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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