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는 다 먹어야 내성이 안 생긴다? 너무나 잘못된 의학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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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다 먹어야 내성이 안 생긴다? 너무나 잘못된 의학상식"

위키트리 2026-04-13 15:5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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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코가 막히고 목이 아파 13일 서울시청 인근 이비인후과를 찾은 50대 직장인 C씨. 그는 진료실에서 의사한테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의사가 닷새치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나으면 중간에 약을 끊어도 된다"고 한 것이다. C씨는 갸우뚱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의학상식과 달라서였다. 의사에게 물었다. "항생제는 처방한 것을 다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자 의사의 답변은 단호했다. "항생제 처방분을 다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이며 "나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C씨는 어리둥절해졌다. 철석같이 믿어온 의학상식이 한순간에 뒤집혀서다.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끝까지 다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약을 중간에 끊으면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된다는 논리다. 수십 년간 의료계와 보건 당국이 강조해 온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통념의 뿌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항생제를 너무 적게, 혹은 너무 짧게 복용하면 세균이 내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수십 년에 걸쳐 "처방된 항생제는 반드시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는 공식처럼 굳어졌고, 이후 전 세계 의료 현장과 교과서에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017년 영국 브라이턴·서식스 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한 연구 논문이 이 통념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논문 제목은 ‘항생제 복용 기간 완수라는 개념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The antibiotic course has had its da)’.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연구팀은 항생제를 처방 기간보다 짧게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내성균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항생제를 오래 복용할수록 체내 정상 세균총이 더 많이 파괴되고, 이 과정에서 내성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논리는 이렇다. 감염을 일으킨 세균은 증상이 호전될 무렵 이미 상당 부분 제거된 상태다. 이 시점 이후에도 항생제를 계속 복용하면 감염균보다 오히려 몸속 정상 세균들이 더 오래, 더 많이 항생제에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내성을 획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무조건 끝까지 먹는 것이 내성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역설이다. 연구팀은 당시 "처방 기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고해야 할 때"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 연구는 발표 당시 의학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이후 일부 감염증에 대해 단기 항생제 처방 지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단순 방광염의 경우 기존 7일 처방에서 3일 처방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지침이 바뀐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 논의가 모든 항생제 치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이 대표적이다. 결핵 치료는 통상 6개월 이상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며, 중간에 임의로 끊으면 내성 결핵균이 생겨 치료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심내막염 등도 정해진 기간을 반드시 채워야 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이들 질환은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재발하거나 내성균이 출현할 위험이 특히 높다.

반면 C씨 사례처럼 단순 상기도 감염, 즉 코감기나 인후염 같은 경우는 다르다. 상기도 감염의 상당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어서 항생제 자체가 불필요한 경우도 많다. 세균 감염이 확인된 경우라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면 처방 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가 최근 의료계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증상 소실 후 추가 복용으로 얻는 치료적 이득이 크지 않은 반면 불필요한 항생제 노출로 인한 부작용과 내성균 발생 위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논거에서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전 세계 보건 당국이 주목하는 현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복용을 줄이는 것 자체가 내성균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증상이 나아 보여도 체내에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중단 시점을 잘못 판단하면 감염이 재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 어떤 감염증이냐, 원인균이 무엇이냐, 환자의 면역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적정 복용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생제 복용 중단 여부는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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