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파행을 겪으며 중동 정세가 '강 대 강'의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직접적인 해상 봉쇄를 선언하자, 안정세를 찾던 국제 에너지 가격은 일제히 폭등세로 돌아섰다.
"협상 카드를 무력화하라"... 미국의 파격적 역봉쇄 선언
현지시간 12일, 첫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 개시를 명령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해 전쟁 자금줄을 죄고, 이란이 지렛대로 활용해 온 해협 통제권을 직접 가져오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의 실제 봉쇄는 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 소식에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13일 오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8.7% 뛴 배럴당 103.44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4.93달러까지 치솟았다. 2주간의 휴전 합의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유가가 단숨에 세 자릿수를 회복한 것이다.
천연가스 시간 연장 거래… 이란 "죽음의 소용돌이" 경고
에너지 쇼크는 가스 시장으로도 번졌다. 유럽 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장중 18% 폭등하며 메가와트시(MWh)당 51.30유로를 찍었다.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일일 거래시간은 종전 10시간에서 21시간으로 대폭 연장됐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은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온스당 4,669.80달러로 1.7%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란 측의 반발도 거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적들이 오판한다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봉쇄가 이란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만 산유국 전체의 수출을 위축시켜 글로벌 공급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안 항로 '홍해'도 위태… "고통의 세계 펼쳐질 것"
호르무즈 해협의 대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횡단 송유관'을 통한 홍해 항로가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대한 보복으로 예멘 후티 반군을 이용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선박 타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나 야쿠비안 CSIS 국장은 "홍해마저 위협받는다면 진짜 '고통의 세계'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란이 쉽게 굴복하지 않고 특유의 맞대응 전술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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