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북한의 드론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군의 대드론 대응은 법령·훈련·지휘체계 전반에서 구조적 공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머를 실제로 운용할 훈련장과 전국 단위 통합 지휘체계, 신속한 전력화·조달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 도입 중심 대응에 머물 경우 ‘한국형 대드론 체계’가 실전이 아닌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 저가 드론이 전장 바꿨다…정찰부터 군집공격까지 확산
13일 군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란 전쟁은 드론이 전장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 공격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저가 자폭드론과 FPV(1인칭 시점) 드론 등이 전차와 포병, 방공장비까지 직접 타격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기존 무기체계의 생존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전장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수준의 드론이 수십억원대 장비를 파괴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쟁의 비용 구조가 뒤바뀌고, 고가의 요격체계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방공 개념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육군에 따르면 현재 드론 위협은 단일 유형이 아니라 원거리 정찰 및 자폭드론, 주파수 호핑 기반 FPV 드론, 광섬유·영상 기반 항법 드론, 군집 드론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FPV 드론은 미승인 주파수 활용과 여러 주파수를 빠르게 바꿔가며 통신하는 주파수 호핑 기술로 전파 교란을 회피하고, 광섬유 드론은 전자전 영향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되면서 대응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수십대 이상이 동시에 투입되는 군집 드론은 기존 방공체계의 대응 용량을 압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전장 변화는 실제 군 내부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차세대 지능형 대드론체계(C-UAS) 발전 세미나’에서 이만희 육군 방공학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20만명 이상 사상자 가운데 60∼70%가 드론과 직결된 피해”라며 “전쟁은 첨단무기 경쟁이 아니라 값싼 무기를 얼마나 대량·지속적으로 운용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 북한도 드론 전력 확대…미사일·드론 ‘복합 공격’ 우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 학교장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이란제 샤헤드-136 계열 자폭 드론 기술을 이전받고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샤헤드-136 개량형의 항속거리를 고려하면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된다”면서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드론·대드론 운용 전술을 함께 익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육군은 북한이 향후 미사일과 드론을 결합한 ‘복합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로 방공체계를 먼저 소모시킨 뒤 저가 드론을 대량 투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군집 드론까지 결합하면, 기존 방공망은 탐지·추적·요격 과정에서 동시에 과부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학교장은 “샤헤드형 자폭 드론과 순항·탄도 미사일, 장사정포가 동시에 우리 군 기지와 수도권을 복합 공격하는 상황이라면 요격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수 초’에 불과하다”면서 지휘통제체계가 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라고 제시했다.
◇ 재머·훈련·지휘체계 모두 부족…대응체계도 ‘분산’
이러한 위협 수준에 비해 현재 우리 군의 대드론 대응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파교란 장비(재머)는 일부 부대에 제한적으로 배치돼 있는 데다, 주파수 호핑이나 비인가 주파수를 활용하는 FPV 드론에 대한 대응 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련 인프라도 부족하다. 드론 위협을 가정한 대규모 대응 훈련이나 복합 공격 상황을 반영한 실전적 운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요격드론이나 방공포 등 물리적으로 무력화하는 하드킬 방식과 재머 등 전파 교란으로 무력화하는 소프트킬 방식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훈련 환경이 부족해 개별 체계 중심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휘통제체계 역시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상태다. 드론 대응은 탐지·식별·재밍·요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미흡해 장비는 존재하더라도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제도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아산정책연구원 ‘2026 어젠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기존 획득 체계가 신속한 시험과 배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드론과 같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현장 적용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드킬과 소프트킬을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훈련장이 부족한 점도 대응체계 구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쟁 양상이 바뀌었지만, 획득체계는 여전히 장기 절차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육군도 대응체계 마련에 이미 나선 상태다. 육군에 따르면, 드론 위협을 유형별로 나눠 대응하는 체계로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정찰·자폭 드론에 대해서는 탐지레이더와 영상식별장비를 기반으로 탐지·식별 능력을 강화하고, 소프트킬과 하드킬을 함께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FPV 드론은 조종 신호를 탐지해 전파를 교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군집 드론에 대해서는 고출력 전자기파(HPEM) 무기 등 여러 대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드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드론 위협의 본질이 기술 자체보다 ‘대응 속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드론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를 탐지·식별·무력화하는 통합체계를 신속히 구축하지 못할 경우 방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수 한국드론혁신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 군의 대드론 대응은 전력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이 드론 전력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도 개별 장비 도입을 넘어 지휘통제까지 포함한 통합 대드론 체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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