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초기부터 엄격한 사전심사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실상 4심제’ 우려는 일부 해소됐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자헌법재판센터에 접수된 사건은 약 380건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관련 추세라면 연간 4000건 이상 사건이 쌓일 가능성도 나오지만, 실제 심리 단계로 이어진 사건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는 이달 7일까지 세 차례 사전심사를 통해 총 194건을 전부 각하했다. 나머지 사건들도 상당수가 동일한 절차에서 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심사는 재판소원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1차 관문’이다.
헌재법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재판, 적법절차 위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단순히 판결 결과에 불복하거나 사실관계 판단을 다투는 수준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 각하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청구 사유 미비’였다. 청구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제도의 문턱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설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 역시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적용의 정당성을 다시 판단하는 ‘상고심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 제기됐던 ‘사실상 4심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사건 폭증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당초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시 연간 1만 건 이상의 사건이 몰릴 수 있다고 봤지만, 현재 추세와 사전심사 통과율을 고려하면 실제 처리 규모는 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도의 존재 이유와는 어긋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로 인해 침해된 기본권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사건이 초기 단계에서 걸러지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재판소원이 인용되는 사례는 헌재 결정과 충돌하는 판결을 바로잡는 유형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과 유사한 구조의 사건에서 제도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도운영을 둘러싼 준비 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형사재판 기록은 검찰과 협의를 통해 전자 방식으로 송부하기로 했지만, 민사재판 기록 송부 절차는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재판소원 인용 시 후속 재판 절차나 집행 효력 문제 역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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