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아이가 아파 연차를 사용했다가 뜻밖의 압박을 받았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자진퇴사를 권유했고 A씨가 육아휴직 사용을 문의하자 관리자로부터 제도 활용이 어렵다는 발언까지 들었다.
#. 육아기 단축근로 중인 B씨는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파견명령을 받았다. 해당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 1시간가량 늘어나는 데다 합사 및 사내 운영 규정이 달라 출근 시간 자체가 변경되면서 단축근로 시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비하하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일정 변경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노동조합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가운데, 직장인 2명 중 1명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자유로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에 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그 결과, 직장인들에게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본 결과 40.4%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그렇지 않다’ 응답은 여성(48.2%), 비정규직(57%), 비사무직(51.8%), 비조합원(4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와 임금 수준도 응답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0인 이상에서는 22.5%가 자유로운 출산휴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5인 미만에서는 10명 중 7명(67.4%)이 출산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월 급여 500만원 이상 노동자 중에서는 16.3%만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나 300만원 미만 노동자에서는 절반 이상이 사용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45.2%에 달했다. 출산휴가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여성(52.2%), 비정규직(59.8%), 비사무직(54.2%), 비조합원(48.8%)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은 66.9%로 300인 이상(30.8%)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월급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63.2%)는 500만원 이상(28.1%)에 비해 육아휴직 사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고용 안정성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제도 활용에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직장갑질119는 “법과 제도가 이미 갖춰져 있음에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게 돌봄이 집중되는 사회적 구조와 직무, 노동조합 유무, 사업장 규모, 임금 수준 등과 같은 노동조건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법에 규정된 권리와 실제 현장에서의 보장 수준 사이의 격차가 지난 4년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응답은 2023년 1분기 39.6%, 2024년 1분기 44.3%, 지난해 1분기 36.6%, 올해 1분기 40.4%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라는 응답은 2023년 1분기 45.2%, 2024년 1분기 51.3%, 지난해 1분기 42.4%, 올해 1분기 45.2%를 기록했다. 모부성보호 관련 제도 확대나 정책 홍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 장미 노무사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에 앞서 노동현장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괴롭힘 역시 불이익한 처우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권리가 실효성 있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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