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서 지역 경제인들이 한국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 SK케미칼은 관서 경제동우회 소속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해중합 기술 기반의 순환 재활용 설루션과 생산 공정을 공개하며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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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홀딩스와 소니 그룹 등 600여 개 주요 기업이 포진한 관서 경제동우회 소속 경영인 37명은 지난 13일 SK케미칼 울산 공장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단에는 위생용품 브랜드 사라야를 비롯해 도요타 모빌리티, 전일본공수(ANA) 등 순환 경제위원회 소속 실무진과 경영진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폐플라스틱이 수거와 분류를 거쳐 다시 소재로 탄생하는 전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특히 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신재와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는 해중합 공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주로 폐플라스틱을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순 뒤 다시 녹여 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 방식에 의존해 왔다. 이 방식은 공정이 단순하지만 반복할수록 플라스틱의 분자 사슬이 끊어져 내구성이 약해지고 색이 변하는 한계가 명확했다. 무엇보다 불순물 제거가 완벽하지 않아 위생 규제가 까다로운 식음료 포장재로 재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반면 SK케미칼이 선보인 해중합(Depolymerization) 기술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플라스틱을 원료 상태인 분자 단위로 완전히 되돌린다. 마치 건물을 허물어 다시 새 벽돌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아 석유에서 막 뽑아낸 신재 플라스틱과 비교해도 물성이나 품질, 위생성 면에서 차이가 전혀 없다.
현장을 찾은 사라야 유스케 사라야 대표는 많은 기업이 재생 플라스틱을 미래의 목표로만 제시하는 것과 달리 SK케미칼은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설루션을 갖췄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해중합 기반 재활용 소재가 식음료 포장재 분야에서 기존 석유 기반 소재를 대체할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내부에서도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에 발맞춰 포장재와 가전제품에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는 시장 선점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 내 화학적 재활용 페트(CR PET) 수요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SK케미칼은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일본 제조업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식음료 용기부터 자동차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고객사별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폐플라스틱 수거와 재공급을 잇는 순환 경제 모델 자체를 수출하겠다는 계산이다.
SK케미칼 울산 공장 / SK케미칼
업계에 따르면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무한 순환을 가능케 하는 '꿈의 기술'로 불리지만, 고온·고압을 견뎌야 하는 복잡한 공정 특성상 안정적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확보하기가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국내외 수많은 화학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개발(R&D)이나 소규모 파일럿(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2023년 중국 광둥성 산터우에 화학적 재활용 생산 법인을 세워 재생 원료인 r-BHET와 스카이펫 CR의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해중합 기술을 고도화하는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RIC)를 통해 다양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산시성에는 폐플라스틱의 직접 원료화와 안정적 조달을 위한 리사이클 원료 혁신센터(FIC) 설립을 추진하며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환경 규제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변수로 부상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이미 확보한 해중합 기술의 경제성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받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품질 저하 없는 무한 재활용 설루션은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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