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노동자 출신의 개인적 삶과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며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했다.
두 정상은 이를 발판 삼아 방산·경제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격상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폴란드 총리로서 27년 만의 방한이자, 투스크 총리 취임 후 첫 비유럽 국가 방문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무게감이 실렸다.
◇바웬사의 청년 동지와 한국 민주화 투사의 만남
이날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투스크 총리는 “첫 공식 면담이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다”며 “아마 비슷한 삶을 살았고, 가치관도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도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젊은 나이에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서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한 점을 염두에 둔 듯 “한국 입장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 대통령께서 모범적인 부분을 보여주셨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폴란드만이 아니라 유럽과 전 세계가 대통령님의 노력에 감탄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한 점을 우회적으로 치켜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국만이 아니라 폴란드, 유럽, 국제사회에 큰일을 해 주셨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우리 국민께 이것 하나 알려드려야겠다”며 “폴란드의 자유노조, 레흐 바웬사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그 바웬사의 청년 동지였던 분이 바로 투스크 총리”라고 소개하며, “대한민국이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을 때 폴란드의 자유노조와 바웬사는 매우 인상적인, 희망의 불빛 같은 존재였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어 “민주주의의 힘으로 폴란드가 지금 유럽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점을 알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힘으로 폴란드와 대한민국이 더 많이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2·천무, 폴란드 대지를 위풍당당하게 누빈다”
이런 공감대는 협력 의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고, 폴란드 역시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노동력, 기초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강국”이라며 “양국의 강점이 호혜적 방식으로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협력에 대해서는 “K2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그리고 천무 로켓까지 대한민국의 기술과 자부심이 담긴 무기들이 폴란드의 푸른 대지를 위풍당당하게 누비며 폴란드 영토와 국민을 지켜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폴란드 내 공동생산, 기술이전, 교육훈련 등 호혜적 협력을 통해 폴란드 방산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에 있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특히 방산 쪽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산 협력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적극 참여해 관리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소고기 수출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거론하며 “특정한 문제가 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셨고, 폴란드 시민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색 바탕에 흰색과 빨간색 사선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투스크 총리를 맞이했다. 청와대는 폴란드 국기 배색을 활용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의 협력과 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워치·반려견 한복…한·폴 퓨전 오찬도
외교적 의전에도 세심한 배려가 담겼다. 이 대통령은 투스크 총리에게 헬스케어·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선물했다. 축구와 러닝 등 스포츠를 즐기는 총리의 취미를 고려한 선택이다. 총리의 반려견을 위한 한복 형태의 망토, 총리 내외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부부학 액자, 방짜유기 커트러리 세트(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도 함께 준비했다.
공식 오찬 상에는 한국과 폴란드의 화합을 상징하는 퓨전 한식이 올랐다. 투스크 총리가 즐기는 미제리아(폴란드식 오이 샐러드)와 두릅 등 제철 봄나물을 곁들인 돼지고기 말이, 피에로기(폴란드식 만두)와 한국식 만두, 비고스(양배추 스튜)와 한우 등심, 폴란드 전통 수프 로수를 연상시키는 삼계 누룽지탕이 제공됐다.
디저트로는 폴란드식 애플파이 샤를로트카에 미숫가루 아이스크림을 곁들였다. 오찬에는 폴란드와 방산·경제 협력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인들도 초청됐다.
투스크 총리의 숙소에는 웰컴 키트로 뚜껑이 있는 백자 그릇에 담은 꽃잎 모양 송편과 천혜향·참외·사과·배 등으로 구성된 과일 바구니가 마련됐다.
한편, 폴란드 총리의 방한은 27년 만으로, 투스크 총리 취임 후 비유럽 국가를 직접 찾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앞서 지난해 9월 정상통화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