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준금리라는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 10개월째 묶인 가운데, 향후 금리 경로를 결정할 ‘핸들’은 한은 내부가 아닌 유가와 환율 등 대외 변수로 완전히 넘어간 형국이다.
특히 이창용 총재의 퇴임과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취임을 앞두고 정책의 연속성은 유지되겠으나, 시장이 마주할 ‘안갯속’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짙어지고 있다.
◇‘물가 족쇄’에 묶인 금리…10개월째 연 2.50% 박스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7차례 연속이다. 이번 동결의 핵심 배경은 단연 ‘공급측 물가 압력’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면서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8일 미-이란 간 2주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오히려 반등하며 WTI 기준 배럴당 105달러를 돌파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곧바로 석유류 가격 등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며 “지난 3월 물가 상승률(2.2%) 중 석유류 기여도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카드는 당분간 꺼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고환율·저성장’ 겹악재…OECD도 한국 성장률 하향 조정
금리가 멈춰선 사이 실물 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선을 위협하며 수입 물가 압박을 키우고 있다. 13일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9원 오른 1495.4원에 출발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대외 불확실성은 성장 전망마저 갉아먹고 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충격이 생산 차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중동 사태 이후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며 기존 전망치 하회 가능성을 시인했다.
◇‘신현송 체제’의 과제…금리 결정보다 ‘정교한 속도조절’' 시험대
오는 20일 이창용 총재가 물러나고 15일 청문회를 앞둔 신현송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포스트 이창용’의 색깔에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마지막 금통위에서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금리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건부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신 후보자 역시 현재 금리 수준(2.50%)을 중립금리 범위 내로 평가하며, 급격한 긴축보다는 외환 상황을 고려한 ‘정교한 운용’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결국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수치 자체보다 대외 변수의 성격에 따라 움직이는 ‘데이터 의존적’ 성향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2주간 휴전 협상이 진척되어 유가가 80달러 내외로 안정된다면 연내 금리 인상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90달러 선에서 지체될 경우 물가 전이 여부를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은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고착화될 경우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금리 인하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자리에 ‘유가발 긴축’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들어서면서, 신현송호는 취임과 동시에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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