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이 '노딜'로 끝나자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며 통행료를 납부한 일부 선박에 대해서만 통행을 허용하자 미군을 동원해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봉쇄 조치로 이란과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계산이지만 이란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양측이 충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2주간의 휴전이 조기에 끝나고 다시 전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군, 호르무즈 봉쇄절차 즉각시작"…'이란돈줄 차단' 최대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SNS에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잘 진행됐고 대부분 사항이 합의됐지만 유일하게 정말 중요한 사항인 핵은 그렇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우리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허용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지만, 이란은 오직 자신들만 알고 있는 '어딘가에 지뢰(기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마디로 이를 차단해왔다"면서 "이는 세계에 대한 갈취이며, 각국 지도자들, 특히 미국은 결코 갈취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해군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불법 통행료를 지불한 누구든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종전 협상이 '노딜'로 마무리 되자 이란의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이란은 통행료를 납부한 일부 선박에 대해서만 해협 통과를 승인하고 있다. 또한, 자국 원유 수출과 생필품 수입을 위한 선박 운행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즉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아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을 주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오는 21일까지 남은 휴전 기간 이란의 자금줄을 조여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유도하는 한편, 종전협상 구도를 미국에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나온 후 미군은 미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봉쇄 조치가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있는 모든 이란 항구를 포함해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국가의 선박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란 협상단장 "트럼프 위협에 영향안받아…싸움 걸면 싸우겠다"
이란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해상 봉쇄를 시도하면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12일 혁명수비대 매체인 세파뉴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면서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상 위 선박들을 조준경의 십자선과 함께 담은 영상을 함께 게시하며 실질적인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위협의 수준을 높였다.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미국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며 "미국은 지난 1년도 안 되는 협상 기간에도 우리를 두 차례나 공격했다. 신뢰를 회복해야 할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해 "이런 위협은 이란 국민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며 "우리는 군사적 전면전, 경제 제재,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들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태인지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우리도 싸울 것이며, 논리를 가지고 온다면 우리도 논리로 응답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위협에도 무릎 꿇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무력 충돌 가능성 커져…휴전 파기 우려
이처럼 이란 측이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강력 대응을 선언하면서 미-이란 간 휴전 합의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미군과 이란군이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 충돌을 하게 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상대 해상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군사적 공격을 제한적으로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제한적 타격 재개가 종전 회담 교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지들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폭격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지역 불안정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일이고 그가 장기간의 군사적 충돌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보다 낮다는 게 WSJ 취재에 응한 행정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다만 그가 해상봉쇄를 지시하고 이란의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긴 했지만 외교적 해결책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WSJ이 전한 측근 인사들의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들이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휴전이 유지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협상장에)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상관없다"며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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