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이란 전쟁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은 이란의 ‘버티기 전략’에 유가가 폭등하면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선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 고통 분담이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그 첫 선발대로 공무원이 지목됐다는 점이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사흘이면 끝난다’고 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오버랩 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다. 특히 유가의 진폭이 커지면서 각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서럽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유가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유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전면 시행했다. 차량 번호를 요일별로 구분해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공공 차량 5부제 시행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게 올랐던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공립 학교등 총 2만여곳이 대상이 됐다. 차량 수로 보면 150만대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5부제 시행 전날인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국민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쓰기 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차량 5부제의 효과로 하루 약 3000배럴의 석유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일부터는 공공 부문에 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에는 차량 5부제가 시행됐다. 차량 5부제 시행 2주 만에 더 강력한 정책이 도입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공공기관은 차량 끝 번호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만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지자체, 시도 교육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국립대, 국립대병원 등 1만1000개 기관이 대상이다.
정부는 차량 2부제 시행으로 나타날 수 있는 ‘꼼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출퇴근용 차랑은 1대만 등록하도록 했고 변경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간 건물에 입주한 공공기관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건물주가 주차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기관이 직접 직원 차량 현황을 파악하고 순찰을 통해 운행 제한을 관리하도록 했다.
배차 간격 등의 문제로 대중교통이 사실상 없는 지역, 장거리 출퇴근, 심야·새벽 시간대 출퇴근은 예외로 할 수 있지만 기관장이 최소 범위에서만 승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신 유연 근무와 카풀, 통근 버스 등 대체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방침이다.
위반했을 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차량 2부제를 2회 위반할 경우 기관장에게 보고되고 주차장 출입이 제한된다. 3회부터는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족 차량을 이용하거나 인근에 주차했다가 적발되면 한 번만 걸려도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처벌한다.
책임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진다. 이행이 미흡한 기관은 조치 명령과 결과 보고를 거쳐 언론 공표 대상이 될 수 있다. 기관 전체 성과에까지 미치는 구조다.
정부가 차량 통제를 넘어 처벌까지 예고하자 공무원 사회에서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상황이 위기인 건 맞지만 지나칠 정도로 공무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무원 노조에서는 재택근무 확대 등 보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하 국공노)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현재 시행 중인 차량 2부제는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제한에 머물러 있다”며 “2부제의 취지를 살리되,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 고스란히
통제 넘어 처벌까지…노조 반발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대신 출·퇴근 유동 인구를 원천 감축할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국공노는 “단순한 차량 제한보다 효과적인 것은 이동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부서별 재택근무 비율을 과감히 확대해 출·퇴근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병행하라”고 요구했다. 대면 보고나 장거리 회의 등을 화상 회의로 전환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자는 내용도 언급했다.
현장 특성에 따라 예외 기준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양육 공무원, 긴급 현장 인력에 대해서는 일률적 제한이 아닌 업무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권과 예외 규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공공 업무 환경 전환과 에너지 저소비형 노동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차량 2부제 시행으로 정부의 공무원 ‘잡도리’가 도를 넘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 특성상 국가에 일이 생기면 선봉에 서야 하지만 그 이상의 뒷감당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 일종의 ‘실험 대상’으로 공무원을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이재명정부에서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공무원이 감당한 사례가 있다. 당시 광주광역시는 소득수준별로 다른 색상의 소비 쿠폰 선불카드를 배부해 논란을 빚었다. 이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고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치’라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사안이 커졌다.
광주시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즉각적으로 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 조치에 대한 책임이 공무원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이하 전공노 광주본부)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강기정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와 함께 카드 색상 통일을 위한 스티커 부착 조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공노비?
이어 “그런데 이날 오후 5시쯤 각 구청에 ‘당일 내 작업 완료’ 지침이 내려지면서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밤 9시 스티커가 도착할 때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자정 무렵까지 작업을 마친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은) 기록적인 폭우로 광주 지역에 수해 피해가 잇따르고 비상 근무와 복구 업무로 이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며 “퇴근 직전 갑작스러운 지시로 공무원들을 야간작업에 투입한 것을 명백한 노동력 착취”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