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를 데치고 나면 냄비에는 짙은 초록색 물이 남는다. 대부분은 이를 쓸모없는 물로 생각해 바로 버리지만, 살림을 잘하는 사람들은 매번 모아두는 경우가 많다. 주방 기름때, 타버린 냄비 등을 닦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시금치를 데친 직후의 물은 따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온기를 그대로 활용하면 청소가 훨씬 수월해진다. 찬물보다 따뜻한 시금치 물을 사용할 때 기름기가 더 빠르게 분해된다. 화학 세제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이 물을 따로 모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 기름기로 끈적거리는 가스레인지 닦기
주방은 요리를 할 때마다 기름이 사방으로 튀는 장소다. 특히 튀긴 음식이나 볶음 요리를 하고 나면, 가스레인지 상판 전체가 미끌거리고 끈적해진다. 이때, 시금치 데친 물을 활용해 보자. 먼저, 그릇에 시금치 데친 물을 담고 베이킹소다를 한두 스푼 정도 넣어 잘 풀어준다. 시금치에 들어 있는 카테킨이라는 성분은 기름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지녔다. 여기에 오염물을 불려주는 베이킹소다가 더해지면, 시중에 파는 세정제가 부럽지 않다.
청소는 물이 식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고무장갑을 착용한 뒤, 행주를 시금치 물에 충분히 적신다. 그다음 가스레인지 상판과 주변 타일을 골고루 닦아주면 된다.
기름때가 심한 곳은 행주를 잠시 올려두어 오염이 충분히 불도록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반 물걸레로 닦을 경우 기름이 옆으로 번지기 쉽지만, 시금치 물을 사용하면 기름기가 행주에 흡착되어 깔끔하게 제거된다. 여러 번 반복해 닦지 않아도 상판이 뽀득뽀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까맣게 눌어붙은 냄비 바닥을 새것처럼 만드는 방법
냄비를 불 위에 오래 올려두어 바닥이 까맣게 타버리면 난감해진다. 철 수세미로 힘껏 문지르면 냄비 표면이 긁히고 상해서 못 쓰게 될까 봐 걱정도 된다. 이럴 때도 시금치 데친 물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탄 자국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시금치 물을 냄비에 가득 붓는다. 그 상태로 가스불을 켜서 물을 팔팔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20분에서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물이 끓으면서 냄비 바닥에 딱딱하게 붙어 있던 탄 찌꺼기들이 서서히 불어난다.
끓인 후에는 바로 물을 버리지 말고 불을 끈 뒤 20분 정도 그대로 두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종의 뜸을 들이는 시간인데, 이때 물속의 성분이 탄 자국 깊숙이 파고든다. 시간이 지나 물이 어느 정도 식었을 때 내용물을 비워보면, 검은 찌꺼기가 둥둥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부드러운 수세미에 주방 세제를 묻혀 가볍게 문지르면, 탄 자국이 허물 벗겨지듯 슥슥 닦여 나간다.
주방 살림은 도구의 사용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고로움이 달라진다. 시금치 물은 단순히 식재료를 손질하고 남은 물이 아니라, 훌륭한 살림 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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