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제약업계가 의약품 사재기 차단과 재고 관리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의료용 소모품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과잉 주문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급 관리에 나서고 있다. 유한양행은 아세트아미노펜 주사제 주문이 일정 규모를 넘을 경우 영업부서장 승인을 거쳐 출하하도록 기준을 강화했으며, 수액제 역시 대량 주문 시 별도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병의원에서 수액 백 형태 제품을 중심으로 재고 확보 움직임이 감지되자 선제적으로 물량 관리를 강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약품그룹은 약국 자동조제기 포장지 공급을 최근 3개월 평균 사용량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포장재 원료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수요와 물량 쏠림을 막기 위한 조치다. HK이노엔과 JW신약 역시 과다 주문에 대한 조정과 출하 제한 등을 통해 공급 균형 유지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대응은 공급 부족 자체보다 ‘선제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일부 수급 불편이 제기되는 등 현장에서는 체감 불안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대형병원은 통상 2~3개월분 재고를 유지하는 반면, 의원급은 사전 비축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상황 점검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의료계와 간담회를 열고 의료필수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총리는 “휴전 상황이라도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료용 소모품 수급과 관련한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일부 품목에서 재고 감소와 공급 제한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료 공급 지원과 대체 소재 활용, 금융 지원 등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나프타 기반 원료의 우선 공급과 함께 대체 원료 적용 시 신속한 안정성 평가, 중소 제조업체 대상 금융 지원 등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단기 공급 차질보다는 구조적 리스크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액 백 필름 등 일부 품목은 대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재고 관리 중심의 보수적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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