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판소원제가 기업들에 기회만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도급법 위반 관련 피해를 입은 하청 기업은 원청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현재 3심제에서 ‘4심제’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영세한 하청 기업들은 소송을 포기하면서 경제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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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세종 최창영 대표변호사 등은 최근 ‘2026 사법제도 대변혁에 따른 기업경영의 새로운 리스크와 대응’ 보고서를 통해 재판소원제 도입이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승소기업에게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집행이 정지되거나 결과가 뒤집힐 위험이 있다”며 “패소를 당한 기업에게는 추가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각종 분쟁해결의 지연은 결국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기본권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인허가, 인수합병(M&A), 조세 등 행정처분에 대한 기업들의 불복 소송, 또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같은 기업 간 소송을 비롯해 기업과 노동자 간 갈등에서도 재판소원이 십분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5월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없이 연령만으로 임금을 깎으면 위법하다’고 판단한 임금피크제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면서 최근까지 소송이 줄 잇고 있는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올해 3월 본격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위헌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노란봉투법 등이 재판소원제 단골 사건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법무법인 로엘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임금피크제나 경영성과급 임금성 등은 노동자 기본권에 충실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나와있는 상태이긴 하나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권, 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사건들”며 “기본권 이슈로 점철된 분야인만큼 법원에서 제대로 판단을 받지 못했다고 하면 헌재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바른 인사노무그룹장 정상태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등은 기업 경영의 자유, 재산권은 물론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있어 평등권 침해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미 헌법소원까지 진행됐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 제기된 건이라 기각됐는데 헌법적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어 향후 재판소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세종은 “기업 간 대규모 손해배상이나 경영권 분쟁 사건의 경우 패소 측이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재판소원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결국 분쟁 해결의 지연 및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며 “재판소원 시대를 맞아 1심과 2심에서부터 ‘기본권 침해’ 논리에 대한 검토를 병행해야 하는 사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판소원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이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 비로소 헌법소원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 초기부터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증거를 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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