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N] 500년 전통, 40톤의 거대 줄이 엮어낸 ‘대동(大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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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N] 500년 전통, 40톤의 거대 줄이 엮어낸 ‘대동(大同)’

뉴스컬처 2026-04-12 20:22: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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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충남 당진시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일원에서 열린 ‘2026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5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12일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 현장 모습.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큰 줄에 매달린 2000여 개의 작은 줄(젖줄)을 펼쳐 놓는다. 사진=뉴스컬처
12일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 현장 모습.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큰 줄에 매달린 2000여 개의 작은 줄(젖줄)을 펼쳐 놓는다. 사진=뉴스컬처

기지시줄다리기의 백미는 단연 압도적인 규모의 ‘줄’이다. 축제에 사용된 줄은 약 3~4만 단의 볏짚으로 만들어진다. 암줄(수하줄)과 수줄(수상줄)을 합친 총 길이는 200m, 지름 1m, 무게는 무려 40톤에 육박한다.

거대한 규모만큼 줄의 제작 과정도 만만찮다. 짚 모으기부터 시작해 잔 줄, 중 줄, 그리고 큰 줄을 꼬는 8단계의 엄격한 공정을 거친다. 한 달간 1000여 명이 투입되며 특히 거대한 줄을 꼴 때는 최소 150명의 장정이 힘을 합쳐야만 형체를 갖출 수 있다.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에 앞서 '수상줄'과 '수하줄'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진=뉴스컬처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에 앞서 '수상줄'과 '수하줄'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진=뉴스컬처

◇ 30일간 4만 단의 볏짚이 만든 40톤의 거대 줄

기지시줄다리기는 일반적인 줄다리기와 승부의 철학이 다르다. 줄은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막대인 '비녀장'을 기준으로 ‘수상(水上)’과 ‘수하(水下)’ 팀으로 나뉘는데,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줄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줄을 당기기 전 비녀장을 꽂아 두 줄을 하나로 연결하는 의식은 화합의 정점이다.

축제 관계자는 “줄다리기의 승부는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뒷걸음질 쳐야 결정된다”며 “이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무게를 받아내며 하나가 되는 대동(大同)의 정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12일 열린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에서 남녀노소 참가자들이 힘차게 줄을 당기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12일 열린 '기지시줄다리기' 본행사에서 남녀노소 참가자들이 힘차게 줄을 당기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기지시(機池市)에는 ‘베틀(機)과 못(池)이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따르면 500여 년 전 잦은 해일과 재난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지형적으로 베를 짜는 형상인 이곳에서 줄을 다려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비방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또한 마을의 재앙을 막기 위해 거대한 지네 형상의 줄을 만들어 당겼다는 ‘지네 설화’는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2015년 12월 기지시줄다리기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 3개국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됐다. 이는 벼농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풍요 기원 의식의 보편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우리나라의 줄다리기는 볏짚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캄보디아는 가죽을, 필리핀은 나무 묘목을 사용하는 등 각국의 특색이 뚜렷하다. 하지만 공동체의 안녕과 단결이라는 핵심 가치는 동일하다.

기지시줄다리기는 보유자와 전승교육사, 이수자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전승 시스템을 통해 맥을 잇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는 향후 세계적인 문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축제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거대한 줄 앞에 서니 조상들에 대한 경외심과 협동의 중요성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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