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의 최대 화두였던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양국은 이틀간 파키스탄에서 마라톤 회담을 이어갔으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물질 처리 등 핵심 현안에서 '강 대 강'으로 맞서며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다.
특히 미국 측은 협상 결렬 직후 이란의 경제적 젖줄인 원유 수출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해상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긴장 상태로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 밴스의 ‘최후통첩’과 심리전… “기다림 끝났다”
현지시간 12일, 파키스탄에서 미 특사 자격으로 이란 대표단을 상대한 JD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더 이상의 일정 없이 귀국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제안을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Final and Best Offer)”이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의 의견이 하나로 집약된 미 정부의 마지막 인내심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퇴장 방식이다. 회담 직후 이란 관영 매체들이 “협상이 하루 더 연장됐다”고 보도하며 기대를 표명한 것과 달리, 미국은 즉각적인 ‘복귀’를 선언했다. 이는 이란이 나름의 역제안을 던지고 미국의 검토를 기다리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이란 측에 가해지는 심리적 타격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과 실시간으로 수십 차례 소통했음을 강조하며 이번 결렬의 책임이 전적으로 이란의 ‘비현실적 태도’에 있음을 역설했다.
▲좁혀지지 않는 세 가지 평행선: 해협·우라늄·동결자산
뉴욕타임스(NYT)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협상의 결렬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쟁점으로 요약된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문제다. 미국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동맥인 이곳을 즉각 조건 없이 열라고 압박했으나, 이란은 이를 최종 평화 합의 이후에나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려 했다.
둘째는 핵무기 제조 능력의 완전 무력화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40㎏ 전량을 국외로 반출하거나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주권 사수”를 외치며 미국의 요구를 “과도한 야심과 탐욕”이라고 규정하며 맞섰다.
마지막으로 이란은 이라크, 일본, 독일 등지에 묶여 있는 약 270억 달러(한화 약 37조 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와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란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 없이는 단 1달러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트럼프의 ‘트럼프 카드’, 해상 봉쇄 실현되나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향한 폭언에 가까운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군과 공군, 미사일 및 드론 기지는 이미 궤멸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 이제는 사실상 소멸한 상태라고 호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숙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보유한 트럼프 카드는 해상 봉쇄’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향후 대응 방향을 시사했다. 이는 과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압박할 때 사용했던 전술로, 이란 해안을 미 해군이 완전히 차단해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하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미국은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일정 부분 묵인해왔으나, 이제는 중국과 인도 등 이란산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외교적 압박까지 병행할 수도 있다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 군사적 충돌 우려 속 ‘외교적 창구’는 실낱 유지
현장의 긴장감은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전을 개시하며 구축함 2척을 투입하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협을 통과하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비군사적 선박 외에는 통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의 판을 완전히 엎지는 않은 모양새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고, 이란 외교부 역시 “외교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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