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레스탄 궁전 '거울의 방' 산산조각…'중동의 보석' 유적도 피해
"이란을 석기 시대로" 트럼프 발언 공분…"수천년 역사 폭격당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약 40일간 이란 전역에 퍼부은 대대적인 공습으로 문화유산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문화유산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전국에서 130곳이 넘는 유적이 직접 타격을 받거나 폭발의 여파로 파손됐다고 밝혔다.
특히 테헤란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카자르 왕조(1789∼1925년) 골레스탄 궁전의 피해가 크다.
유네스코는 궁전 인근 아르그 광장의 경찰서와 법원을 겨냥한 공습으로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가 궁전을 덮쳤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궁전의 자랑인 '거울의 방' 일부가 산산조각 나고 석조 구조물이 떨어져 나가는 등 큰 피해를 발생했다.
'중동의 보석'으로 불리는 이스파한의 유적들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사파비 왕조(1501∼1736년) 시대의 기념물인 주청사를 겨냥한 공습으로 인근 17세기 체헬 소툰 궁전의 벽화에 금이 가고 정교한 천장 장식이 파손됐다.
이 외에도 테헤란 북부의 사드아바드 궁전 단지와 서부 호람아바드의 3세기 팔라크-올-아플라크 성채 주변 유적들이 잇따라 훼손됐다.
이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하산 파르투시 사무총장은 "전쟁 전후로 유적지 좌표를 교전 당사국들에 유네스코를 통해 전달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공중에서 식별할 수 있는 문화재 보호 표식을 설치했음에도 무시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에 따라 타격을 수행하고 있으며, 문화재를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고, 미국 국무부는 "공습은 군사 자산을 목표로 한 것이지 문화유적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란 국민 사이에서는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테헤란 시민은 "우리가 수천 년간 지켜온 역사가 무책임하게 폭격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유산 훼손은 이란 밖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이트 시티' 내 바우하우스 건물이 파손됐으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교전 중인 레바논의 세계유산들도 파손 위기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는 취약한 유적지의 문화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긴급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훼손된 유적을 복원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며, 복원되더라도 원래의 가치를 되찾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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