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최대 34만9700원.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이다. 2014년 도입 이후 예산 규모가 꾸준히 불어나 2023년에는 22조5493억원에 달하지만, 받아야 할 사람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주민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기초연금 수급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체계 재구조화와 신청주의 개선: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초연금 수급률은 67.0%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세운 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며, 최근 몇 년째 같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자격 돼도 돈 못 받는다"…복잡한 신청 절차가 장벽
기초연금은 정부가 알아서 지급하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현행 기초연금법은 당사자의 직접 신청을 급여 수급의 필수 절차로 명시하고 있다. 자격이 되더라도 신청하지 않으면 돈은 나오지 않는다.
'기초연금 어떻게 받나요?' 어르신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기초연금 교육장에서 제도 안내문을 읽고 있다. / 뉴스1
수급 자격을 결정하는 소득인정액 계산 방식은 실제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뒤 각종 공제를 적용하는 구조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복잡성이 신청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5년 기준 단독가구 소득인정액이 월 247만원 이하면 수급 대상이 된다.
보고서는 수급률을 끌어올리려면 신청 절차를 단순화하고 행정기관 간 자료 공유를 통해 국가가 먼저 대상자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캐나다는 2013년부터 별도 신청 없이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스웨덴은 소득비례 연금 신청 시 최저 보증 연금이 자동으로 함께 계산돼 지급된다.
"집 한 채인데 탈락"…재산 기준의 함정
재산 기준에서 예상치 못한 이유로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도시 기준으로 공시가격 8억7600만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다른 소득이 거의 없어도 소득인정액이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 집값 상승으로 실제 생활은 빠듯한데 수급에서 밀려나는 경우다.
기초연금 교육장 몰린 어르신들. 어르신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기초연금 강연을 듣기 위해 강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자녀에게 재산을 미리 넘기면 소득인정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도 틀렸다. 2011년 7월 1일 이후 증여한 아파트나 현금은 자연적 소비 금액을 뺀 나머지가 소진되기 전까지 본인 재산으로 그대로 산정된다. 통장 잔고는 0원인데 서류상으로는 수억 원대 자산가로 분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녀가 부모 명의 통장이나 증권 계좌에 돈을 넣어둔 경우에도 출처와 관계없이 100% 부모의 금융 재산으로 본다.
자동차도 주의해야 한다. 올해부터 3000cc 배기량 기준은 폐지됐지만,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다. 더 큰 함정은 공동명의다. 자녀가 보험료를 낮추려고 부모와 공동명의로 차를 등록하면 지분이 1%에 불과해도 차량 전체 가액이 소득으로 잡힌다.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배기량이 없어 해당 없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국고 보조금 지급 전 출고가 기준으로 4000만원을 넘으면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 연식 10년 이상이거나 생업용·장애인 소유 차량은 일반 재산으로 계산하거나 제외된다. 골프·승마·콘도미니엄 회원권도 보유하고 있으면 가액 100%가 소득으로 환산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들은 기초연금을 수령하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는 이를 개인의 무관심이 아니라 제도 간 충돌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이처럼 복잡한 산정 기준과 제도 간 충돌이 겹치면서 수급률은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청 절차 자체를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 번 탈락해도 끝이 아니다…'간주 신청 제도' 도입
보건복지부는 2일 '기초연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6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간주 신청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직원이 기초연금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현재는 기초연금 신청 후 소득인정액 기준 초과로 탈락하면, 이후 상황이 바뀌어 수급 자격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본인이 직접 다시 신청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절차가 달라진다.
단,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에서 '수급희망이력관리 대상자' 등록을 직접 신청해 둬야 한다.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는 5년 동안 정부가 매년 직접 소득과 재산을 확인하고, 수급이 가능한 상태가 확인된 시점을 신청일로 인정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 후 2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며, 이미 수급희망이력관리에 등록된 어르신은 시행 즉시 혜택을 받는다.
'65세 이상 1인가구 월소득 228만원 이하면 기초연금 받는다' 지난해 1월 2일 서울 종로구에서 노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올해 월 소득이 228만 원 이하인 노인 단독가구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올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단독가구 월 228만 원, 부부가구 월 364만 8000원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노인 가구별 월 소득인정액이 해당 선정기준액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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