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21시간 동안 마라톤 종전 협상을 진행했지만 첫 협상은 합의 없이 끝났다.
밴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미국 대표단은 핵 포기에 대한 이란의 명시적 약속이 없어 추가 협상 없이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히며 '우리의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제시했다고 말해 이란 측의 수용을 압박했다.
쏟아지는 휴전 방해 비판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도 협상 결렬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도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지난 8일 휴전 첫날부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도 사실상 종전 협상과 연계시키고 있어 협상의 또 다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등 레바논 전역에 100여 곳을 맹폭하면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자 이란은 레바논 공격을 문제 삼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기대를 모았던 협상이 결렬되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2주로 정한 휴전 기간 동안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이 기간 안에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지 42일 만에 파키스탄의 호텔에서 만남을 갖고 종전을 위한 공식 대면 협상을 시작했다.
1979년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47년만의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린 회담이었지만 자정을 넘겨 밤새 이어진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란, 핵무기 포기 확약 거부…밴스 "장기적 의지 확인 못 해"
"우리의 최종·최선의 제안 남기고 떠난다" 레드라인 제시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은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동안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회담이 결렬된 후 12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시간 동안 협상을 이어왔고, 이란과 여러 차례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다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 협상단이 미국의 합의 조건인 이란이 핵 포기 확약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하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란이 지금뿐 아니라 2년 후에도, 장기적으로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약속을 보지 못했지만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0여 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시간 동안 몇 번이나 통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6번에서 12번 사이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선의로 협상에 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과 계속 연락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이자 최종인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이 수용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란에 수용을 압박한 뒤 2분 만에 회견을 마치고 30여 분 뒤 미국행 전용기에 탑승해 곧장 미국으로 돌아갔다.
회견을 마친 뒤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향후 갈등의 향방 등 다음 단계에 관한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으며 이란 국영 매체에서도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났다는 결렬 보도가 나왔다.
양측은 이란의 핵보유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원하지만 이란은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미국, 과도한 요구 자제하고 이란의 권리 수용하라"
이란 외무부는 종전 협상 결렬을 밝히며 미국 측에 "과도한 요구와 불법적 요구를 자제하고 이란의 권리를 수용하라"고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오전 6시 52분쯤 자신의 X(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 "이 외교 과정의 성공은 상대편의 진지함과 신의성실에 달려 있다"며 "과도하고 불법적인 요구를 자제하고 이란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밴스 부통령이 협상 결렬을 알리며 기자회견 연 이후 올라왔다.
바가이 대변인은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 핵 문제, 전쟁 배상, 제재 해제, 이란 및 지역 내 전쟁 완전 종식 등 주요 협상 주제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며 "우리에게 외교는 이란 국토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지하드의 연장이다. 미국의 약속 위반과 악의적 행위의 경험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가 이익을 확보하고 국가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각오"라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과의 종전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주요 이슈 2~3개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양국이 몇 개 사항에 대해 상호 이해에 도달했지만 주요 사항 2~3개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그 결과 합의가 불발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회담이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한 차례 협상으로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자연스러웠다"면서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지역 내 우리의 다른 친구들(친이란 세력들) 사이의 접촉과 협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이란 공세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레바논 공습 비난에도 연일 맹폭 퍼부은 이스라엘도 결렬 별수
휴전 기간에도 이스라엘의 전력 증강은 계속되고 있으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한 공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시간 11일 밤 영상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히며 "그들이 우리의 목을 조이려고 했지만 우리가 그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눈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과 싸우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종전 협상 중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호르무즈 봉쇄를 둘러싼 긴장 태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휴전 등 문제를 논의할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 첫 대면 협상은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다.
레바논 대통령실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양국이 워싱턴 주재 대사 간 전화 통화를 통해 공식 접촉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대통령실은 "이번 접촉은 휴전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에서 열릴 협상에는 레바논 측 나다 하마데-모아와드 주미 대사, 이스라엘 측 예키엘 라이터 주미 대사가 협상단을 이끈다. 중재를 맡은 미국에선 미셸 이사 주레바논 대사가 참여한다.
헤즈볼라 활동 이후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의 이번 협상을 통해 레바논 남부의 안보 지형은 물론이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의 결렬됨에 따라 두 국가 간의 협상도 주목을 받게 됐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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